딴 나라는 징그럽다며 외면... 오직 한국인들만 맛있다며 먹는 '해저 동물'
2025-09-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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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인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생물학적으론 지렁이에 가깝다는 동물
흔히들 꼼장어라고 부르는 곰장어는 다소 징그럽게 생겼다. 김지민이 "공포 영화에 나올 거 같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곰장어를 해저 밑바닥에 사는 기생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해저에 가라앉은 해양생물의 사체 뼈, 내장, 부패 부위를 먹으며 산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식용으로 삼지 않았지만, 한국전쟁 후 먹을거리가 부족한 시기에 먹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 말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곰장어를 먹는 나라는 드물다. 온갖 동식물을 식재료로 삼는 중국도 먹지 않는다. 일부 일본인도 먹긴 하지만 잡으면 주로 한국으로 보낸다.
김지민은 곰장어를 장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름에 장어가 붙어 있지만 생물학적 분류로는 장어류가 아니라 원구류다. 입이 원형으로 생겨 원구류로 분류된다. 보통 어류처럼 척골 어류나 연골 어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척추가 없고 물렁뼈 비슷한 척삭으로 돼 있어서 손질할 때 가운데 뼈를 발라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통째로 썰어 먹는다. 어류나 장어류가 아니라 환형동물에 가까운 생물이라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지렁이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사체를 먹는 습성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선 끔찍하게 여겨지지만 맛있는 까닭에 한국에선 인기 있는 식재료로 여겨진다.
김지민은 여덟 마리가 들어 있는 1kg들이 국내산 활곰장어를 구매했다. 내장은 제거됐지만 간이 붙어 있고 피와 점액질이 많아 징그러워 보인다고 했다. 냄새는 안 난다고 놀라워한다. 손질 후 수율은 큰 건 600g, 작은 건 550g 정도 나온다고 했다. 껍질을 벗기기 때문에 수율이 민물장어(70%)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곰장어를 검색하면 가격이 1kg당 2만9900원부터 5만4000원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크기에 따라 특대(4~5마리), 대(6~7마리), 중·소로 나뉜다. 김지민은 양념 3000원짜리 양념을 포함해 총 4만7000원에 구입했다. 택배비를 포함해 5만 원대 초반이 들었다.
김지민은 미국산이나 캐나다산 곰장어는 1kg당 8000~1만 원 저렴하다고 했다. 그는 양념 맛으로 먹는 까닭에 수입산도 맛있다면서 곰장어 전문점 대부분이 미국산을 쓴다고 전했다. 국산은 오돌오돌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소금구이나 짚불 구이용으론 국산이 좋지만 양념구이론 수입산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국산과 수입산 구별법을 알려준다. 미국산은 시커멓고 기공 같은 구멍이 많고, 국산은 황갈색에 등줄기에 밝은 노란색 줄이 있다고 한다. 일본산은 국산과 똑같이 생겼다. 종류가 같은 까닭에 저렴하다면 일본산을 먹는 게 이득이다. 조업 구역이 비슷해 국산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일본산은 산 채로 바로 한국으로 수출된다고 김지민은 설명한다.
곰장어 주산지는 부산, 마산, 경남이다. 크기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너무 크면 질길 수 있기에 kg당 일곱 마리에서 여덟 마리가 들어가는 중자가 적당하다고 김지민은 말한다. 연중 나오지만 여름철과 연말에 많이 소비된다고 한다.
김지민은 곰장어를 반으로 나눠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했다. 빨리 익히기 위해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30초간 데쳤다. 소금구이는 사과나무 훈연칩으로 훈연한 뒤 소금·마늘·후추·기름을 넣고 주물러 구워 만들었다. 양념구이는 구매한 양념에 양파·고추·대파·참기름 더해 구워 만들었다.
김지민은 소금구이에 대해선 곰장어 특유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훈연향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양념구이에 대해선 포장마차에서 먹는 맛 같지만 더 맛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볶거나 석쇠로 구운 요리가 기장이나 자갈치에서 유명하다면서 집에서 프라이팬으로도 비슷하게 낼 수 있다고 했다. 국산 특유의 꼬들거리는 식감과 고소한 어즙 덕분에 소주 안주로 딱이라고 한다.
곰장어는 200~500m 수심에서 산다. 몸길이는 30~60cm 정도다. 뱀장어처럼 길쭉하지만 척추가 없다. 입이 원형 흡반처럼 생겨 먹이를 빨아먹는다. 주 먹이는 죽은 물고기나 해양생물 사체다. 부패물을 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기에 생태적으로 중요하다. 사체를 먹어 해저 생태계를 청소한다. 한국에선 동해와 남해에서 주로 잡힌다. 수입산은 북미 태평양 쪽에서 온다. 영양적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지만 점액 때문에 손질이 까다롭다. 한국에서만 식용 문화가 발달해 구이, 볶음으로 먹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식용하지 않고 연구나 미끼로 쓴다. 곰장어는 원시적 특징을 가진 생물이다. 진화적으로 척추동물의 조상과 가까워 과학적으로도 관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