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당 8만원…회장님들이 찾는 바람에 무려 4790만원에 낙찰된 '최고급 축산물'
2025-09-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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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한우 시장판도 바꾸고 있는 미경산 암소
올해 신설된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미경산 암소 부문 경매 행사에서 최우수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축이 4790만 원(kg당 8만 8880원)에 낙찰돼 한우 미경산 암소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며 한우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이미 미경산 암소가 새로운 한우 소비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는 지난 1~3일 경남 김해에 있는 부경양돈농협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에서 '제28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미경산 암소 부문 출하·도축 경매 행사'를 개최했다.
미경산 암소란 출산 경험이 없는 36개월 전후 암소를 의미한다. 일반 수소나 출산 경험이 있는 암소보다 육질이 훨씬 부드럽고 뛰어난 풍미를 자랑해 최근 최고급 한우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등급 이상 출현율도 일반 한우에 비해 17%가량 높다.
올해 신설된 미경산 암소 부문에는 전국에서 총 87두가 출품돼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최우수상은 최옥자 호일농장(경북 봉화) 대표가 받았다. 수상축은 출하 월령 34개월이고 도체중 539kg, 등심단면적 163㎠, 등지방두께 20mm, 1++A 등급으로 kg당 8만 8880원(총 4790만 6000원)으로 낙찰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류정원 호일농장 공동대표는 "최고의 미경산우를 출하할 수 있던 비결은 발효사료(TMF)를 무제한으로 꾸준하게 급여했고 난소 결찰이나 발정 억제제 사용 등 발정 억제 없이 사육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게 옆에서 발효사료 관련 많은 도움을 준 김영석 영축산효소한우 대표에게 감사를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제28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미경산 암소 부문 출품우 전체 평균 성적은 도체중 451.8kg, 등심단면적 114.4㎠, 등지방두께 14.9mm, 근내지방도 6.8점, 육질등급 1등급 이상 출현율 98.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국 암소의 등급판정 결과보다 매우 우수한 수준이며 평균 경락 단가도 kg당 2만 4920원으로, 전국 평균인 kg당 1만 4607원보다 1만 313원(41.4%) 높게 형성됐다.
이날 이재윤 종축개량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행사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한우 소비 선택지를 제공하고 생산농가에는 새로운 소득 모델을 제시하는 유의미한 대회였다"라며 "오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음성축산공판장에서 열리는 본대회까지 성공적으로 이어가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를 통해 한우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선도하는 행사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또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도 "오늘 경매 행사에 참석한 중도매인들이 지금까지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힘써줬기 때문에 한우가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라며 "한우협회는 중도매인 및 한우농가의 어려운 점을 묵묵히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특히 이날 최우수상 수상축을 구매한 박제민 느루정 대표는 미경산 암소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 강남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 대표는 소수의 소비자에게 미경산 암소만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느루정의 고객은 대부분 유명 기업의 회장이나 대표들로, 할인이나 판촉 행사 일절 없이 오로지 고품질 한우로만 단골들을 형성하고 있다.
박 대표가 미경산 암소만 판매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품질과 희소성 때문이다. 경산우(송아지를 한 번 이상 낳은 경험이 있는 암소) 판매도 고려해 봤지만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어 비싸더라도 30~32개월령의 미경산 암소만 구매 후 3주간 숙성을 거쳐 판매하고 있다.
또 희소성이 상품의 장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소비자들도 가격이 높아도 상품을 믿고 사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미경산 암소 판매를 계속 이어 나갈 계획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오늘 비싼 가격에 최우수상 수상축을 구매했지만 최고의 미경산우를 구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며 "미경산우가 고급육 시장에 적합하기 때문에 한우 농가분들이 잘 키워 제값을 받고 싶다면 미경산우 사육을 적극 권장한다"라고 강조했다.

회장님들이 찾는다…고급 한우 시장판도 바꾸고 있는 미경산 암소
최근 몇 년 사이 미경산 암소가 고급 한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암소가 수소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미경산우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미 과거 미경산우가 거세우(고기 질을 높이기 위해 거세 과정을 거친 숫소)보다 육질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시험장과 강원대 동물자원공동연구소가 2014년 강원대에서 공동 주관한 한우산업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경산우 14마리와 거세우 16마리를 30개월령이 될 때까지 19개월 동안 비육한 결과 미경산우가 거세우보다 육질이 우수했다.
특히 육질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전단력이 미경산우는 3.8~4.6㎏/㎠로 거세우(5.2~5.8㎏/㎠)보다 21~27% 정도 낮았다. 전단력이 낮다는 것은 고기가 부드럽다는 뜻인데 고급육일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연하다.
또한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이 미경산우는 79%인 반면 거세우는 75%로 나타났다.
특히 미경산우의 사양 기법을 거세우에 맞춰 비육했는데도 미경산우가 여전히 우수한 육질 성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연구 결과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