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신작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수상 불발…황금사자상은 ‘이 작품’에게로
2025-09-0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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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베니스 도전, 트로피는 놓쳤지만…
해외 호평받은 '어쩔수가없다' 새로운 가능성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수상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차지했다.

7일(한국 시각) 오전 열린 폐막식 이후 박 감독은 배급사 CJ ENM을 통해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말 공식 상영에서 약 9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고, 영화제 공식 데일리 별점 평가에서도 3.7점을 기록하는 등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졌지만 끝내 트로피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올해 베니스의 주인공은 자무시였다. 가족을 주제로 미국·아일랜드·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자무시 감독은 시상대에서 재치 섞인 한마디로 웃음을 자아냈다.
심사위원대상은 가자 지구 공습으로 숨진 여섯 살 소녀 힌드 라잡과 그 가족, 구조대원의 비극을 조명한 ‘힌드의 목소리’가 받았다. 이 작품은 공식 상영 당시 23분에 달하는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은사자상(감독상)은 미국 영화 ‘더 스매싱 머신’의 베니 샤프디 감독에게 돌아갔고, 이탈리아의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은 ‘구름 아래’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연기상인 볼피컵은 여우주연상에 중국 배우 신즈레이(‘우리 머리 위의 햇살’), 남우주연상에 이탈리아 배우 토니 세르빌로(개막작 ‘라 그라찌아(은총)’)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어쩔수가없다’는 김기덕 감독 ‘피에타’(2012) 이후 13년 만에 한국 영화로 베니스 경쟁부문에 진출해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외신도 연일 호평을 내놓았고, 일부 매체는 “비평가와 관객이 만장일치로 추켜세운 작품”이라며 수상을 점쳤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해외 판매만으로 이미 순제작비 170억 원을 회수했고, 내년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흥행·수상 경쟁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국내 개봉은 이달 24일로 확정됐다.
영화는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한 가장이 아내와 두 자녀,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주연에는 이병헌과 손예진이 참여했다. 박 감독의 12번째 장편인 이번 작품은 원작 소설 ‘액스’의 영화화를 17년 전부터 준비해 온 끝에 완성됐다. 박 감독이 베니스 경쟁에 오른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20년 만으로, 그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박쥐’(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감독상)으로 세 차례 수상한 바 있다.
앞서 한국 영화는 베니스 경쟁부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다. 고(故) 강수연이 ‘씨받이’(1987)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2002)로 은사자상(감독상)을, 출연 배우 문소리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빈집’(2004)으로 은사자상(감독상), ‘피에타’(2012)로 한국 영화 최초의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어쩔수가없다’는 트로피를 추가하진 못했지만, 현지 뜨거운 반응과 탄탄한 성과로 다음 무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