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다 아는 수산물인데…자기 몸보다 8배 긴 생식기 가진 대반전 ‘생명체’

2025-09-09 07:00

add remove print link

바위에 붙어 사는 생물의 놀라운 전략

자기 몸보다 8배 긴 생식기 가진 놀라운 생명체가 있다?!

조무래기따개비.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암반 조간대 상부에서 매우 흔히 발견되는 패각 직경과 높이가 각 5mm 전후의 소형 따개비류. / 국립생물자원관
조무래기따개비.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암반 조간대 상부에서 매우 흔히 발견되는 패각 직경과 높이가 각 5mm 전후의 소형 따개비류. / 국립생물자원관

그 주인공은 바로 따개비다.

따개비는 바닷가 바위나 배 밑바닥에 평생 붙어서 사는 고착생물이다. 한 자리에 붙어 움직일 수 없는 만큼, 짝짓기를 위해서는 독특한 방법을 발전시켜야 했다. 그 결과 따개비는 동물계에서 몸 크기 대비 가장 긴 생식기를 가진 생물로 꼽힌다. 몸길이의 최대 8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교미침을 이용해 이웃한 따개비와 교미한다.

따개비의 생식기는 단순히 길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는 환경에 따라 모양과 성질이 달라진다. 파도가 잔잔한 곳에 사는 개체는 길고 가늘며 가벼운 생식기를 발달시킨다. 반면 파도가 거세게 치는 곳의 따개비는 짧고 굵으며 무거운 형태를 가진다. 이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교미하기 위한 적응이다.

과학자들이 실험적으로 따개비를 다른 환경으로 옮겨 보았을 때, 실제로 주어진 환경에 따라 생식기 형태를 바꾸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를 생물학에서는 표현형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작은 몸속에서도 끊임없는 조정과 적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자신의 몸보다 최대 8배나 긴 생식기를 가진 따개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자신의 몸보다 최대 8배나 긴 생식기를 가진 따개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따개비는 암수 한 몸인 자웅동체다. 하지만 스스로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다른 개체와 교미한다. 문제는 주변에 짝이 없을 때다. 이럴 경우 따개비는 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다른 개체의 정자를 포획해 수정한다. 이는 일반적인 체외 수정과는 다르며, 정자만 선택적으로 잡아들이는 방식이다. 이런 독특한 번식 방법은 스캐스트라 불린다.

따개비는 여과 섭식으로 바닷물 속 먹이를 걸러 먹으며, 동시에 번식도 바닷물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임 없는 작은 생물이지만, 파도와 조류에 맞춰 몸을 끊임없이 바꾸고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따개비는 조개찜이나 해산물 요리에서 쉽게 만나는 흔한 수산물이지만, 그 내부에는 놀라운 진화 전략이 숨어 있다. 몸보다 8배나 긴 생식기,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형, 바닷물 속 정자를 포획하는 번식 방식까지. 작은 몸 하나에 담긴 이 극적인 생존술은 바닷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따개비의 평범한 외모와는 전혀 다른 대반전의 세계를 보여준다.

삼각따개비. / 국립생물자원관
삼각따개비. / 국립생물자원관

따개비는 흔히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있는 작은 갑각류로, 의외로 맛과 영양이 뛰어나 예로부터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 식재료로 활용돼 왔다. 바다 풍미를 그대로 머금고 있어 간단히 조리해도 깊은 감칠맛을 내는데, 대표적인 요리로는 따개비 섭밥, 빠금장 찌개, 따개비 된장국, 따개비 무침이 있다.

먼저 따개비 섭밥은 쌀을 미리 불린 뒤 따개비를 삶아 껍데기에서 살을 발라내고, 그 국물까지 함께 넣어 밥을 짓는 방식이다. 은은한 바다 향과 구수한 풍미가 배어들어 완성된 밥에 김이나 깨를 곁들이면 한층 더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 빠금장 찌개는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무, 두부, 애호박 등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따개비를 함께 넣어 마무리하는데, 얼큰하면서도 바닷내음이 어우러져 시원한 국물 맛을 내고 해장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따개비 된장국은 된장을 풀어낸 육수에 따개비를 넣어 끓이는 방식으로, 일반 된장국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며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따개비 무침은 살짝 데친 따개비를 초고추장이나 간장 양념장에 버무려 상큼하게 즐기는 요리로, 기름지지 않아 밑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