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주유소에 ‘이것’ 표시된다…하지만 업계는 강력 반발 중
2025-09-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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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합리적인 소비 돕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고속도로 주유소 100곳을 시작으로 ‘내일 가격’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흐름을 반영해, 다음 날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를 미리 공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예측이 가능해 합리적 구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한국 시간 평일 오후 4~5시에 확정되는 현물가에 주유소 마진을 더해 다음 날 판매가격이 책정된다. ‘내일 가격’ 표시제는 바로 이 계산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한국주유소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지난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정책을 “전형적 탁상행정의 산물”이라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협회 주장은 간단하다. 실제 주유소는 매일 기름을 공급받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단위로 재고를 소진한 뒤 재공급을 받는다. 따라서 일일 단위로 가격이 바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내일 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무의미한 정보라는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주유 경험조차 없는 사람이 만든 정책 같다”며 “소비자 서비스 개선 효과는 전혀 없고, 업계 부담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환경차 확산과 각종 규제로 이미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또 다른 행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의 ‘내일 가격’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1만여 주유소의 뜻을 모아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과거 시행됐던 ‘석유류 가격고시제’ 부활을 대안으로 내놨다. 가격고시제는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을 토대로 전국 단일 기준가격을 매일 고시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이 방식이 가격 정보 제공과 소비자 보호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목표는 투명한 가격 정보 제공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다. 그러나 주유소 업계는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올 하반기 고속도로 주유소 100곳에서 시범 도입되는 ‘내일 가격’ 표시제가 실제로 소비자 편익을 가져올지, 아니면 업계 반발처럼 불필요한 행정 부담만 남길지는 앞으로의 운영 결과가 판가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