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인 300여명 체포] 한국 기업들 “미국 투자 재고” 격앙
2025-09-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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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 때는 ‘경제 동맹’이라더니...”
정부가 준비한 전세기는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플로리다주 잭슨빌 국제공항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총영사는 "전세기를 운용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협의해보니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항이 잭슨빌 공항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등 주미 한국 공관에 소속된 외교부 당국자들은 이틀째 포크스턴 ICE 시설을 찾아 구금된 직원들과 면담을 이어갔다. 여성 직원들은 별도의 여성 전용 구금시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총영사는 "영사 면담은 일차적으로 다 마쳤다"며 "여성들이 있는 수감시설도 거의 오늘 중으로 다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구금된 직원들의 상태에 대해 "다 모여 있는 식당에서 제가 봤는데 다들 잘 계시다"라며 "자택에서 있는 것만큼 편안하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이어 "희망하는 분들을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개별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원하는 분들이 빨리 한국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미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고용 단속 작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이 체포돼 구금됐다. 미국 이민 당국은 현장 영상을 공개했고, 일부 한국인 근로자들이 손발에 결박된 채 연행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한국시각으로 7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히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체포 사태는 미국에 투자 중인 다른 한국 기업들에도 큰 충격을 줬다. 기업들은 즉각 출장 자제령을 내리거나 "해외 출장 때 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라"는 긴급 지침을 발령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투자 유치 때는 ‘경제 동맹’이라더니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인력은 범죄자 취급이냐" "숙련된 현지 인력은 없고 비자 받기는 복권 추첨 수준인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이 비자 협력 없이 한국 기업 탓만 한다면 현지 사업의 성공도 장담하기 힘들다" "이런 식이라면 투자를 재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고, 출장 중인 직원들에겐 조기 복귀 지침을 내렸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미국 출장을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 출장을 앞둔 직원들의 합법 비자 여부를 긴급 점검하고 주의 사항을 공유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 비자 발급이 워낙 느리고 까다로운 탓에 절차를 지키려면 결국 전체 사업 속도가 대폭 느려질 수밖에 없고 현지 인력을 많이 쓰면 비용이 급증해 사업 유인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설,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전력 기기 업체의 현지 공장 증설에도 줄줄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사업은 본사와 협력사 직원 수백 명이 장기간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은 단속이 계속되면 사업 중단과 손실이 불가피하다.
현지 협력사들에 따르면, 발급 요건이 까다로운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는 현실적으로 받기 어렵다. 회의 참석이나 계약을 위한 상용 비자(B1)도 10명 신청하면 3명 정도만 발급받을 수 있다. 대기업 초청장과 계약서,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까지 거쳐야 해 실제 파견까지는 4~5개월이 걸린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전자여행허가(ESTA)를 이용해 70~80일 근무 후 귀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이번에 구금된 3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