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오요안나의 어머니가 오늘 기자회견 열어 밝힌 비장한 입장
2025-09-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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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전에 문제 해결... 떳떳한 엄만 되려고 한다" 단식 농성 돌입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의 1주기(9월 15일)가 다가오는 가운데 오씨 어머니가 8일 비정규직 프리랜서 고용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오씨 어머니 장연미씨는 이날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며 "1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해달라"고 했다.
장씨는 "오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 미디어 산업의 수많은 청년이 고통받고 있었다"며 "요안나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 등 시민단체 42곳이 함께 열었다. 이들은 MBC 앞에 고인의 영정이 놓인 분향소를 마련했다. 장씨는 이곳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간다.
단체들은 고인의 1주기인 오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MBC 사장의 공식 사과와 기상캐스터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MBC에 입사한 오씨는 지난해 9월 15일 숨졌다. 이후 유서가 보도되면서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고인의 극단 선택 배경에는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당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에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으로부터 받은 괴롭힘 피해가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오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유서에 따르면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가 오보를 내고 이를 오씨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로 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고인은 숨지기 전 MBC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오씨의 죽음과 관련해 초기에 별다른 조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서 공개 이후 사태가 확산하자 MBC는 결국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오씨에 대한 조직 내 괴롭힘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는 않아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고인이 프리랜서 계약직이었기 때문이다.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전 MBC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MBC 사장과 동료들을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었던 고인은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평일과 주말 뉴스 날씨 예보를 담당했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