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기자회견 열었다가 크나큰 봉변 당한 독립기념관장

2025-09-08 14:38

add remove print link

"매국노" "사과하라" 항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을 뚫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을 뚫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항의에 부딪히며 큰 소동이 벌어졌다.

김 관장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광복절 저는 독립기념관에서 거행된 경축식에서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정한 광복의 완성은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한 대통령 취임사 내용에 기초해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을 이해하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언론이 기념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마치 관장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을 폄훼한 것처럼 보도했고, 이를 정치권이 이용해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세계사의 눈으로 보면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광복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설명한 것이다. 이후 3·1운동과 임시정부 투쟁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극소수 광복회원을 앞세운 정치세력이 겨레누리관을 20일째 불법 점령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유튜버들은 무단 침입해 차량을 미행하고 협박하며, 관사에 드론을 띄워 생중계까지 해 신변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천안지역 당원들이 출근 저지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을 뚫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을 뚫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기자회견 직전부터 현장은 소란스러웠다. '김형석 파면' '해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들이 "매국노", "사과하라"고 외쳤고, 퇴장하는 김 관장을 에워싸 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상황이 벌어졌고, 일부는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여성 한 명이 인파에 휩쓸려 넘어져 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김 관장은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100m 구간을 15분 넘게 대치하다가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시민단체 '역사독립국민행동'은 독립운동가 후손과 역사·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결성된 곳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김 관장이 지목한 '겨레누리관 불법 점거 세력'이기도 하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통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광복을 찾은 지 80주년이 된 때에 이런 발언을 한 자가 기자회견을 하게 둬서 되겠나"라고 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회 사무처 직원을 향해 "소통관을 이렇게 운영할 것이냐"고 항의했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의원이 자리를 비우자 민주당 의원들과 김 관장 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김 관장이 퇴장한 이후에도 긴장은 이어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모든 것의 시작은 사과"라며 항의하고, 시민단체도 "매국노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서영교·민병덕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의원을 비판했다. 서 의원은 "김형석을 불러 기자회견을 하게 한 것만으로도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라며 당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고, 윤 의원도 "김민전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