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들어도 무서운 '과로사', 그런데 한국에는 정확한 기준 없다

2025-09-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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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명 사이, 건강을 지키는 해법은?

‘과로사’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다.

일본에서 처음 사회 문제로 부각된 이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인,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업무와 휴식 부족이 이어지면 결국 심장마비, 뇌출혈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로사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손실로 확대되는 이유다.

◆ 과로사의 정의와 기준

과로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식 질환명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국가에서는 과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돌연사나 급성 질환 사망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일본은 주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와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 질환을 연결해 과로사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장시간 노동 후 발생한 돌연사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즉, 과로사는 명확한 질병명이라기보다 과로가 주요 원인이 된 급성 사망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주요 원인: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

과로사의 가장 큰 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거나 주 60시간을 넘기는 근무가 장기간 이어지면 몸은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결국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급성 질환으로 발전한다.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과로사를 부추긴다. 업무 압박, 성과 평가, 직장 내 갈등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흥분시켜 혈압과 맥박을 높이고, 수면 장애를 악화시켜 심혈관계에 부담을 준다.

◆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

과로사가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극심한 피로, 두통,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수면 부족, 소화 장애 등이 있다. 특히 가슴이 조여 오는 느낌이나 왼쪽 어깨와 팔로 뻗치는 통증은 심근경색의 전조일 수 있어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또한 평소보다 짜증이 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정신적 변화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작은 신호를 방치하면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 고위험군은 누구일까

모든 직장인이 과로사 위험에 노출되지만, 특히 위험이 큰 집단이 있다. 야근과 교대근무가 잦은 직종, 예를 들어 의료진, 운수업 종사자, IT 업계 종사자, 제조업 현장 근로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해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고열량 식사와 카페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심혈관 건강이 쉽게 손상된다. 또한 40~50대 중년 남성이 주요 고위험군으로 꼽히는데, 이는 가족 부양과 직장 내 책임이 동시에 큰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 예방의 핵심은 ‘균형’

과로사를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일과 휴식의 균형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근로 환경이 일부 개선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 최소 하루 7시간 이상의 숙면을 확보하고, 주중이라도 짧게나마 운동과 휴식을 가져야 한다. 식습관 관리도 필수다. 과도한 카페인과 고지방 음식은 피하고, 채소와 과일, 통곡물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이 권장된다. 무엇보다 ‘피곤하지만 참는다’는 태도 대신, 피로가 누적되면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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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과 사회의 책임

과로사는 개인의 건강 관리만으로 막기 어렵다. 기업의 노동 환경 개선과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시 퇴근 문화 정착, 야근 최소화, 재택근무 확대, 정기적인 건강검진 지원은 과로사 예방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또한 근로자가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와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장시간 노동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과 과로사 산재 인정 범위를 확대해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작은 습관

현실적으로 모든 근무 환경이 이상적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 하루 일정 중 짧게라도 스트레칭을 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점심시간에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업무 중에는 1~2시간마다 5분 정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주말에는 스마트폰과 업무 메일을 멀리하고 충분한 수면과 취미 활동으로 재충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과로사를 막는 사회적 약속

과로사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건강을 잃으면 개인의 삶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가 큰 피해를 입는다. 과로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려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휴식이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사회적 약속이다. 과로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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