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드문데… 7000만 년 전 흔적 간직한 바위 ‘천연기념물’ 된다
2025-09-14 09:13
add remove print link
국내외에서도 드문 지질 유산,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부안의 독특한 지질 유산 두 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9일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와 ‘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를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격포리 페퍼라이트는 변산반도 서쪽 끝 적벽강 해안 절벽에서 확인되는 암석층으로 상부의 곰소유문암층과 하부의 격포리층 사이 약 1m 두께의 층을 이룬다. 뜨거운 용암이 아직 굳지 않은 퇴적물을 지나가면서 수증기가 폭발해 양쪽 물질이 뒤섞이며 형성된 것으로 검은 점들이 박힌 듯한 모습이 마치 후추를 뿌린 것 같다고 하여 ‘페퍼라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통은 경계면을 따라 얇은 띠 모양으로 형성되지만, 격포리의 경우 국내에서는 드물게 두꺼운 규모로 발견돼 지질학적 가치가 크다.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 역시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솔섬은 변산면 소재지에서 남서쪽으로 약 6km 떨어진 수락마을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으로,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된다. 약 87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이 섬은 낙조 명소로도 유명하다.
섬 하부 응회암에서는 포도송이처럼 둥글게 뭉친 다량의 구상구조가 확인되는데, 이는 응회암이 완전히 굳기 전 열수가 통과하면서 철산화물이 침전해 생긴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구조로, 화산활동과 지질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학술 자료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두 곳에 대해 3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앞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지질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안 격포리의 절벽과 솔섬의 독특한 구조는 자연이 만들어낸 기록이자 우리 땅의 지질사를 증언하는 증거로 지정이 완료되면 보존과 활용 모두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격포리 페퍼라이트가 자리한 채석강은 변산반도의 대표적인 해안 명소로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위치해 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안에 포함돼 있으며 독특한 지질 구조 덕분에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절벽 모양은 거대한 석재를 층층이 쌓아놓은 듯해 이름 그대로 돌을 떼어낸 채석장 같다. 높이 약 50m에 달하는 퇴적암 절벽이 수백 미터 이어지는데, 수평으로 켜켜이 쌓인 지층이 마치 책장을 펼쳐놓은 듯 보여 ‘책석강’으로도 불린다. 이 퇴적층은 약 7천만 년 전 백악기 후기에 형성된 지질로, 당시의 환경과 변화를 그대로 간직해 ‘자연사 교과서’로 평가된다.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며 생긴 기암괴석과 해식동굴은 장관을 이루고, 물때에 따라 절벽과 바다가 빚어내는 풍경이 달라져 찾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바위와 해안 탐방로는 지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은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드는 절벽과 서해 낙조가 어우러져 전국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며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하는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