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믿기지만 1개 무게가 무려 80kg...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초대형 열매'

2025-09-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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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였는데 지금은...

동아 밭 / EBS '한국기행'
동아 밭 / EBS '한국기행'

하얀 분가루로 덮인 거대한 열매. 마치 서리를 맞은 듯한 모습을 한 동아(동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게가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이 거대한 열매는 과거 우리 조상들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였다. 하지만 현재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는 작물이 됐다.

동아는 박과 식물로 원산지는 동남아시아 또는 인도로 추정된다. 박보다 크고 길쭉하다. 대개 길이가 지름의 2배는 넘으며 큰 것은 길이가 1m에 가깝다.

성인 남성 둘이 동아 한 개를 차에 싣고 있다. / EBS '한국기행'
성인 남성 둘이 동아 한 개를 차에 싣고 있다. / EBS '한국기행'

동아란 이름은 순우리말이다. 조선시대의 한글 조리서에 다양한 조리법이 소개된 것으로 보아 예부터 우리 밥상에 올라온 채소임은 분명하다. 겨울 동(冬)에 오이 과(瓜)를 써서 동과라고도 불린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조카인 이분이 삼촌인 이순신의 행적을 기록한 전기인 ‘이충무공행록’에도 동아가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이 어린 시절 동네 아이를 속여 동아를 따게 만든 일화가 실려 있다. 동아가 박만큼이나 흔하게 재배됐던 채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동아는 재배가 비교적 쉬운 작물로 알려져 있다.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는데, 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면 된다. 재배법은 수박과 비슷하다. 씨만 뿌려 두면 쑥쑥 자라서 신통방통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우기 쉬운 작물이다.

동아 / EBS '한국기행'
동아 / EBS '한국기행'

동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엄청난 크기다. 지름이 30cm, 길이가 60~90cm, 무게가 7.5~10kg에 이른다. 큰 건 길이가 1m, 무게가 40kg이나 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동과 몇 개만 실어도 쌀 한 가마니 무게가 나올 정도다. 작정하고 크게 키우면 80kg 이상까지 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숙한 동아의 특징은 표면에 하얀 분말이 묻어나는 것이다. 보송보송한 잔털은 어린 동과를 보호하고, 다 자라면 눈이 내리는 것처럼 하얀 분가루로 덮인다. 이 하얀 분이 생기는 것이 동과가 수확 시기가 됐다는 신호다.

동과는 저칼로리, 저지방, 고칼륨식품으로 비타민,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과육은 95%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수분 공급에도 좋다.

칼륨이 100g당 170mg으로 매우 많이 들어 있어 나트륨 섭취가 과다한 이들에게 좋은 식재료다. 지방이 없으며 나트륨 함량이 적어 몸이 마른 사람에게도 적합하며, 관상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 신장병, 부종, 비만 등에 효능이 좋은 식품이다.

동과 씨앗인 동과자는 사포닌, 필수지방산, 아스파라긴산, 아데닌 성분들을 함유해 감기 예방과 기침 및 부종 개선에 좋다. 이뇨작용이 뛰어나 몸 안에 쌓여있는 노폐물과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맛은 어떨가. 수박 껍질 부분과 무의 중간 맛이 난다. 박 껍질 맛과 거의 비슷하다. 둘 다 박과이기에 무나 박처럼 국물 요리에 넣어 시원한 맛을 낸다.

농부가 동아를 옮기는 모습. / EBS '한국기행'
농부가 동아를 옮기는 모습. / EBS '한국기행'

동아로 할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하다. 조림부터 매콤하게 무친 나물, 나박김치까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속살뿐만 아니라 껍질도 버리지 않고 삶아서 차로 마시면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

백숙 요리도 좋다. 속을 판 동아에 오리나 닭을 다양한 잡곡 및 한약재와 함께 넣어 푹 끓d.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의 보양식을 완성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선 전북 순창군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동아가 재배되고 있다. 크고 무거워 운반하기 힘들어 키우는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 먹거나 소비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점점 잊히는 안타까운 채소가 됐다.

다만 최근 들어 동과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식재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대만에서는 동과를 반찬거리, 국거리로 이용하거나 흑설탕과 함께 녹여 동과차로 마시기도 한다. 공차에서 파는 '윈터멜론 밀크티'가 바로 동과로 만들었다.

키우기 쉽고 저장성이 좋으며 영양가까지 높은 우리 전통 작물 동아가 다시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동아 / 'EBS 다큐'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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