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곤두박질...중국산 밀려들어와 농가 이탈 속출한 '국민 채소' 정체
2025-09-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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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파 농가,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
중국산 양파 쓰나미, 국내 시장을 삼키다
국내산 양파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물가안정 명목 아래 급증한 중국산 양파 수입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양파 재배 농가들이 대거 작목 전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채소'라 불리는 양파 산업이 심각한 구조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지난 9일 농수축산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북 구미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황상원 씨는 작년 4000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했지만, 올해는 수익성이 악화돼 절반 수준인 2000평으로 줄였다. 그는 내년부터는 마늘 재배로 전환할 계획이다. 병해충에 약하고 생육 속도가 느린 양파의 특성상 노동 강도는 높은 반면, 시장 가격은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경북 김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대화 씨 역시 "양파는 겨울철 소득 작물이었지만, 지금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포기하는 게 낫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마늘뿐 아니라 인건비 부담이 적은 콩 재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내년산 양파 재배의향면적은 1만7017ha로 지난해보다 약 6.5% 감소했다. 평년치와 비교해도 1220ha가 줄었다. 이는 양파 가격 하락과 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 부담 증가, 그리고 반복되는 기상 악화로 인한 재배 포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양파 가격 하락은 수입량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8월 국내산 양파 평균 도매가격은 1kg당 1086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8.0%, 평년보다도 7.2%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신선 양파 수입량은 1만1426톤으로 전년 대비 77.1%, 평년 대비로는 129.9%나 증가했다. 이는 중국 내 양파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수출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불안정이 지속되자 양파 주산지를 중심으로 작목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경남 합천과 창녕 지역에서는 마늘 재배로의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양파와 마늘은 재배 주기와 파종·정식·제초·수확 과정이 유사해, 기술적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합천에서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권상재 씨는 “수입산 양파가 시장을 완전히 점령하면서 가격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 농가들 사이에서 내년 양파 재배면적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시에, 마늘로의 작목 전환이 대거 이뤄질 경우 마늘 가격 또한 하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양파 종자 판매량도 이미 급감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성유경 사무처장은 “올해 창녕 지역 양파 종자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70% 수준에 그쳤다”며 “양파 종자가 100% 발아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농가들은 재배를 더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천 지역 또한 내년 재배면적이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열린 양파 주산지협의체 회의에서는 합천군의 양파 재배면적이 최소 100ha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합천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파 재배면적은 482ha로,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1년 만에 20% 이상 감소하는 셈이다.
성 사무처장은 “양파 농가는 지금 수년째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기계 지원 등 정부 대책은 대규모 농가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다”며 “국내 농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까지 혜택이 가도록, 비료·농약 지원 중심의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양파 산업은 지금 수익성 저하와 시장 불안정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농가 이탈이 계속되면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수입 조절 및 생산비 지원 등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