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판결 61년 만에 바로잡혔다…‘강제 키스 사건’ 최말자 씨 무죄 선고

2025-09-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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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의 기다림 끝에 무죄 선고

1964년 성폭행 시도에 맞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 씨가 6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61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 뉴스1
61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 뉴스1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최 씨의 중상해 등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중상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최 씨 사건은 1964년 5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만 18세였던 그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을 서성이던 노 모(21) 씨와 마주쳤다. 노 씨는 다리를 걸어 최 씨를 강제로 쓰러뜨린 뒤 억지로 입을 맞추려 달려들었다. 순간 그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오자 최 씨는 이를 악물고 저항했고, 노 씨의 혀는 1.5㎝가량 절단됐다.

그러나 법원은 최 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성폭행을 시도한 노 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 적용해 더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이후 사건 발생 56년이 흐른 2020년 5월, 최 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재심 사유를 인정할 정황이 충분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부산고법은 올해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 씨가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 씨가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지난 7월 23일 열린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입장을 바꿔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본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써 위법성이 없다”며 “과거 검찰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했다”고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피고인을 ‘최말자님’이라고 호칭하며 공식적으로 사죄의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최 씨는 최후진술에서 61년 동안 죄인으로 살아온 삶의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어가는 악마 같은 사건을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할 심정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인권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법이 바로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선고로 최 씨는 사건 발생 61년 만에 마침내 법원으로부터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오랜 세월 억울한 낙인 속에 살아야 했던 그는 이제야 무죄라는 이름으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유튜브, 연합뉴스TV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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