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톤 전량 폐기…중국산 훈제오리서 ‘AI 유전자’ 검출됐다
2025-09-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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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력 없는 ‘유전자’ 검출…바이러스 아냐
추석을 앞두고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훈제오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전자가 확인돼 방역당국이 반송 및 폐기 조치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한국오리협회는 지난 8월 1일 중국산 훈제오리에 대한 AI 모니터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고병원성 AI 유전자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약 30톤가량의 수입 물량을 폐기·반송하고 문제가 된 중국 작업장에는 수출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농식품부는 중국산 전체 열처리 가금육 제품에 대한 정밀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정부에 해당 검출 내역을 통보하고 원인 규명과 개선 조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검출된 것은 살아있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아니라 ‘유전자’이기 때문에 유전자만으로는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실은 정부 차원의 별도 공지 없이 한 달 이상 지난 뒤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한국오리협회는 “인체 감염 사례까지 보고된 고병원성 AI가 수입 오리고기에서 확인됐는데도 국민에게 즉시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검역본부와 농식품부가 신속히 공개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또 문제가 된 중국 수출 작업장이 2023년 이후 최근까지 약 364건의 물량을 국내에 공급해 왔다며, 기존 수입분에 대한 전수 조사와 발생 농장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오리고기 수입량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더욱 강도 높은 검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산 오리고기 수입량은 2017년 3400톤에서 2024년 1만 3000톤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물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 차례라도 검역에 허점이 생기면 소비자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가축전염병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제때 보고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오리협회는 “중국은 고병원성 AI 발생 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국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며 “이번 사례 역시 우리 검역당국이 소비자에게 즉시 알리지 않은 것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물량은 전량 반송·폐기됐고 문제의 작업장에서 추가로 수입되는 물량도 없다”며 “앞으로도 고병원성 AI 등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검역을 강화하고 국경에서 차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