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오지 마” 대구 수성못 사망 대위, 유서에 '14인 실명' 썼다

2025-09-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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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조직 내 폭력, 침묵을 깨다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육군 대위 관련 추가 소식이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2일 발생했다.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 산책로에서 30대 A 대위가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고인은 경북 영천 소재 육군3사관학교 훈육장교였다. 발견 당시 그는 K2 소총에 의해 쓰러져 있었고, 군과 경찰은 현장에서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A 대위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힌 인물이라며 총 14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상급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대위 이상 계급자의 조문을 거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A 대위 유가족은 유서 내용을 근거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대상은 유서에 언급된 14명으로, 고인은 이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다는 취지였다. 유가족은 일부 군 간부들의 조문을 거부하기도 했다. 유가족 측은 고인의 고통이 단순한 개인적 문제를 넘어선 조직적 괴롭힘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지난 5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숨진 교관 A 대위의 발인이 이날 대구 외곽의 한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현장엔 A 대위 가족과 동료, 친구 등이 함께했다.

A 대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친구 B 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는데 (A 대위) 어머니는 수사기관의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정말 강인한 분"이라고 말했다.

B 씨는 "(A 대위) 어머니가 아들이 누워 있는 관을 붙잡고 하염없이 통곡했다"며 "멋진 친구를 그리워하며 나도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육군3사관학교 자료 사진.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 뉴스1
육군3사관학교 자료 사진.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 뉴스1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A 대위는 생전 동료와 후배들 앞에서 상급자로부터 공개적인 모욕을 당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근무 외 시간에도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반복적으로 받았다고도 한다.

경찰은 고인이 남긴 유서와 관계자 진술을 바탕으로 실제 괴롭힘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형사상 처벌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군 당국은 총기와 탄약의 반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총기와 탄약이 어떻게 외부로 반출됐는지, 관리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영역을 넘어 군 조직 내에서의 괴롭힘 문제와 지휘 체계 신뢰도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고인이 직접 남긴 유서 속 실명과 조문 거부 내용은 조직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가족의 고소가 접수된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군 내부 기강과 인사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구체적 경위와 책임 소재가 규명될 때까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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