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 위험 무안의 수백배…법원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 취소하라”

2025-09-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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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안전·생태계·경제성 모두 미흡했다는 판단

새만금신공항 건설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 전북도 제공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 전북도 제공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 소속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토부가 확정·고시한 기본계획은 항공 안전성과 환경성, 경제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공항 건설로 얻는 이익과 그로 인한 피해를 비교·저울질하는 과정 자체에 하자가 있어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2022년 9월 주민과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내려진 첫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우선 조류 충돌 위험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국토부는 인접한 군산공항과 무안공항 평가 결과를 근거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위험도는 크게 달랐다. 새만금 부지 반경 13km 기준 예상 충돌 횟수는 최대 45.9회로 나타났고, 이는 인천공항 2.99회, 무안 0.07회, 군산 0.04회와 비교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차이가 났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평가 모델을 수시로 바꿔 위험도를 낮게 보이도록 했다고 지적했으며, 무안공항에서 실제 여객기 조류 충돌 사고가 있었던 점까지 언급하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생태계 파괴 가능성도 판결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사업 부지에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불과 7km 떨어진 곳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이 있다. 재판부는 조류 서식지를 없애 충돌을 줄이는 방식은 결국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서천갯벌에 미칠 영향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제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가 제시한 비용대비편익 분석치는 0.479로, 1000억원을 투자해도 사회적 편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판부는 사실상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근거로 지역균형발전 명분만으로 추진돼 왔다며, 공익이 사익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9년까지 건설예정인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최근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보다 무려 610배라고 주장하며 새만금신공항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9년까지 건설예정인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최근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보다 무려 610배라고 주장하며 새만금신공항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새만금신공항은 2016년 처음 추진됐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고, 2022년 6월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총 사업비는 8077억원으로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2021년 전략환경 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부가 두 차례 보완을 요청했고 조건부 협의로 넘어가는 등 절차 과정부터 논란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국토부는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고 저감방안으로 충분히 해소 가능하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익형량을 수행했다”며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입지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기후·생태 위기를 막을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국토부가 항소할 경우 법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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