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해 알을 낳기도…9월 제철 국민 수산물에 자주 숨어드는 '이것'

2025-09-13 15:30

add remove print link

꽃게를 좀비로 만드는 놀라운 비밀

9월 제철 해산물인 꽃게의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꽃게에 기생하는 특이한 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사쿨리나의 알주머니가 생긴 게 / 유튜브 'Steve Trewhella'
사쿨리나의 알주머니가 생긴 게 / 유튜브 'Steve Trewhella'

가을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꽃게가 저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역대급 어획량으로 인해 위판량이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가격도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 최저 kg당 9000원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는 국민 수산물인 꽃게에 좀비처럼 기생하며 알까지 낳는 생물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우리말로 주머니벌레라고 불리는 사쿨리나(Sacculina)다. 이 기이한 생물은 일반 따개비와는 달리 숙주인 게를 통째로 조종하는 기생충으로, 이들은 태어난 뒤로 줄곧 숙주가 될 게를 찾아 다닌다.

그 생태는 매우 끔찍해 공포감마저 자아낸다. 주머니벌레는 기묘한 방식으로 게의 몸을 잠식한다. 단순히 신체 기관에 빌붙어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DNA와 세포를 전부 액화시켜 숙주의 몸에 들어간다.

'꽃게 꽃게' / 뉴스1
'꽃게 꽃게' / 뉴스1

이렇게 게의 몸에 침투한 뒤에는 뿌리처럼 생긴 촉수를 온몸으로 뻗어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게는 성장과 탈피를 멈추고 생식 능력을 잃게 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주머니벌레가 게의 신경계를 조종해 자신의 번식을 위한 도구로 만든다는 점이다. 수컷 게조차도 암컷처럼 행동하게 되며, 게는 자신의 배에 생긴 주머니벌레의 번식 기관을 마치 알처럼 소중히 보호하며 키운다. 결국 자신의 몸에 기생하는 생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기생 방식은 한국에서 잡히는 꽃게를 포함한 여러 게 종류에서 흔히 발견된다.

꽃게가 산더미 / 뉴스1
꽃게가 산더미 / 뉴스1

하지만 소비자들은 9월 제철 꽃게를 먹을 때 주머니벌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주머니벌레가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감염된 게를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주머니벌레에 감염된 게는 살이 없고 맛도 떨어져 상품성이 크게 낮아진다. 게의 외형도 비정상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민들이나 유통업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어, 대부분의 경우 시장에 나오지 않고 폐기된다.

따라서 우리가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접하는 꽃게는 대부분 건강하고 살이 꽉 찬 개체들이다.

주머니벌레의 기이한 생태는 해양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보여주지만, 우리 식탁 위 꽃게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유튜브, 몰상식

가을 제철을 맞아 살이 꽉 찬 꽃게는 다양한 요리법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꽃게의 깊은 맛을 느껴보자.

1. 꽃게찜

가장 기본적인 조리법으로 꽃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찜기를 올린 뒤, 손질한 꽃게를 배가 위로 오도록 올려 쪄낸다. 이렇게 하면 꽃게 내장이 흘러내리지 않아 더욱 고소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뚜껑을 덮고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약 15~20분간 찌는 것이 좋다.

2. 꽃게탕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요리를 좋아한다면 꽃게탕이 제격이다. 무, 양파, 대파, 버섯 등 각종 채소와 함께 끓이면 채수의 시원함이 꽃게의 진한 감칠맛과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고춧가루, 된장, 마늘 등을 넣어 칼칼하게 끓여내면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3. 꽃게무침

신선한 꽃게를 매콤하게 무쳐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매실청, 설탕 등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손질한 꽃게와 함께 버무리면 된다. 감칠맛 나는 양념과 쫄깃한 꽃게 살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특히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으면 좋다.

4. 간장게장

꽃게의 진정한 별미로 손꼽히는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싱싱한 활꽃게를 사용해 특제 간장 양념에 숙성시키는 요리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간장 양념과 부드러운 꽃게 속살이 어우러져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