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에서 즐기던 특별한 향인데… 의외의 굿즈로 재탄생했다는 '이것'
2025-09-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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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오얏꽃·달콤한 자두꽃 향… 왕실 정취 재현
600년 전 궁궐에 스며들던 꽃 향기가 오늘날 향수로 되살아났다.

창경궁 옥천교에 매년 봄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앵두꽃, 덕수궁 석조전 앞을 지켜온 오얏꽃은 오랜 세월 조선 왕실의 풍경을 채웠다. 은은하면서도 고요한 그 향기는 문헌 속에서만 남아 있던 기록이었지만, 이제는 작은 유리병 속에 담겨 현대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오래된 궁궐을 산책하듯 향기를 맡으며, 과거의 시간과 오늘이 겹쳐지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해졌다.
코스맥스는 국가유산진흥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협력해 창경궁 앵도나무와 덕수궁 오얏나무 향을 담은 ‘단미르 궁궐 향수’ 2종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단’은 임금의 붉은색을, ‘미르’는 순우리말로 용을 의미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3월 세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고궁을 대표하는 향을 발굴해 ‘향기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궁능유적본부는 1800년대 제작된 동궐도 속 3천~4천 그루의 나무를 고증해, 지금도 같은 위치에 남아 있는 앵도나무·오얏나무를 특정했다.

코스맥스 연구진은 꽃을 직접 따지 않고, 꽃 주변을 유리병으로 감싸 향기 분자만 흡착하는 방식으로 향을 포집했다. 이 과정을 위해 매년 봄 궁궐을 수차례 방문했는데, 개화 시점·만개 시점, 낮과 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향의 차이를 기록하며 정밀하게 작업했다.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 상무는 “문헌 고증을 통해 나무를 특정하고, 실제 바람에 실려오는 꽃 향기를 그대로 조향했다”며 “생화로 맡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향료로 구현하기 위해 수년간 현장 답사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재현된 향은 실제 향과 성격이 뚜렷하다. 앵두꽃은 은은하면서도 상큼한 봄의 향기를 품고 있고, 오얏꽃은 코를 가까이 대야만 느껴지는 맑고 청아한 향이다. 이를 향수로 담아내면서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붓꽃 같은 다른 향을 조합했고, 자두꽃의 달콤한 과일 향을 더해 풍성한 여운을 구현했다.
‘단미르 궁궐 향수’는 고궁박물관과 경복궁·창덕궁 내 기념품 매장,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된다. 코스맥스와 국가유산진흥원은 향후 핸드크림, 헤어퍼퓸, 미스트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 향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2016년부터 ‘센트리티지' 프로젝트를 통해 안동서원 배롱나무꽃, 음성 송연먹, 제주 문방오우 석창포 등 전통 향을 재현해왔으며, 지금까지 21가지 향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이번 궁궐 향수 역시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 광고용으로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