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전면 취소…2년 연속 추석 직전마다 작황 망해 난리 난 '과일' 농가
2025-09-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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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 앞두고 착색 불량에 계약 취소·출하해도 제값 못 받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수확기에 접어든 포도가 착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농민들이 허망함에 빠졌다. 당장 성수기에 출하를 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그간 자식처럼 키운 포도를 출하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다른 과일 농가들이 수확에 한창인 가운데 캠벨 품종 포도 농가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영남일보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캠벨 품종 포도의 경우 껍질이 검은색을 띠어야 상품성이 높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출하를 앞둔 포도 대부분이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색을 띠지 않는 포도는 중간 도매상들이 외면할 뿐만 아니라 공판장 등에 출하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캠벨 포도는 늦여름에 안토시아닌이 생성돼 보라색을 띠다가 색이 점점 짙어져 수확기가 되면 껍질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올여름엔 열대야와 고온 현상이 지속돼 보라색을 띠게 하는 안토시아닌의 생성이 저조했고 이는 곧 색의 발현을 돕는 데 문제를 줬다.
이 때문에 도매상들이 포도를 매입하지 않으려 하고 미리 체결한 매입 계약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착색이 불량인 포도는 공판장에서도 매매가 되지 않아 아예 출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북 상주에서 3000여 ㎡ 규모로 포도를 재배하는 A 씨는 "포도를 모두 밭떼기로 넘겼는데 색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손해 보게 생겼다며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줬다"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피해가 크다"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수 상주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은 "여름 동안의 높은 밤 기온 때문에 증가한 호흡으로 인한 탄수화물의 과소비로 안토시아닌의 생성이 부족해지고 껍질의 색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간에 스프링클러를 작동해 기온을 낮추고 칼슘제 등 영양소를 공급하면 색이 진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명절 대목 앞두고 날벼락 맞은 선물용 과일
포도뿐만 아니라 추석 선물용 과일로 대표적인 고급 과일 멜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7일 밤사이 내린 폭우로 전북 지역에서 축구장 2500개 크기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전북농협본부에 따르면 200년 만의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한 군산을 포함해 9개 시군에서 농경지 4291여ha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그중 수도작 농가보다 시설하우스 농가의 피해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산의 한 농협 관계자는 "평야 전반적으로 물에 잠겼지만 물이 빠지자마자 바로 회복됐다"라며 "논콩도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아 큰 피해는 없을 것 같다"라고 지난 8일 농민신문에 밝혔다.
문제는 추석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멜론 농가다. 매체에 따르면 멜론 시설하우스가 밀집한 익산 동산동에선 한 농가를 제외한 13 농가가 모두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익산원예농협 관계자는 "멜론은 추석선물세트용으로 9월 중순부터 출하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침수돼 농가들이 절망하고 있다"라며 "추석 대목장 물량으로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날 KBS에 따르면 한 멜론 농가의 농민은 양수기를 5대나 틀었지만 폭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민은 이번 폭우로 올해까지 세 해 연속 물난리로 농사를 망쳤다.
그는 "물에 잠긴 거다. 그래서 (멜론을) 눌러보면 물렁물렁하다"라며 "3년째다, 3년째. 답답하다, 속이"라며 가슴을 주먹으로 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