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대신 가뭄 현장으로…역대급 가뭄에 소방청이 꺼낸 '특수 장비'

2025-09-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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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땐 배수, 가뭄 땐 급수… 상황 따라 변신하는 특수 장비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강릉시에 소방청이 특수 장비를 긴급 투입한다.

임시 취수정에서 물 끌어오는 소방. / 연합뉴스
임시 취수정에서 물 끌어오는 소방. / 연합뉴스

소방청은 장기 가뭄으로 생활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릉시에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긴급 투입해 급수 지원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강릉시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2% 아래로 떨어지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점검했고, 정부는 처음으로 가뭄을 이유로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소방과 군의 물탱크 차량과 헬기 등 가용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지만 하루 생활용수 수요인 약 8만5천 톤을 맞추기에는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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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포방사시스템 가동을 통한 홍제정수장 급수 사진 / 소방청 제공
대용량포방사시스템 가동을 통한 홍제정수장 급수 사진 / 소방청 제공

이번 지원에는 중앙119구조본부가 보유한 분당 4만 5000천 리터급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이 동원된다. 이 장비는 하루 1만 톤 이상을 공급할 수 있어 강릉시의 물 부족 해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홍제동 남대천에 길이 25m, 폭 20m, 깊이 2.5m의 임시 취수정을 설치, 300㎜ 대구경 소방호스를 연결해 약 1km 떨어진 홍제정수장까지 직접 송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평범한 소방차보다 물을 10배 이상 빠르게 뿜어낼 수 있는 ‘초대형 펌프 장비’다. 하천이나 바다에서 직접 물을 끌어올려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보낼 수 있어 불이 날 때는 소방차 수십 대를 동시에 투입한 것 같은 효과를 내고, 침수 현장에서는 강력한 배수 장치로 변신한다. 이번 강릉처럼 물이 부족할 때는 임시 수도관처럼 물을 정수장까지 옮겨 생활용수 공급에 활용할 수 있어 화재, 홍수, 가뭄을 모두 대응하는 다목적 ‘만능 장비’로 불린다.

대용량 포방사시스템 활용 사례/ 소방청 제공
대용량 포방사시스템 활용 사례/ 소방청 제공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원래 대형 유류탱크 화재나 국가 중요 시설의 재난 대응을 위해 도입된 특수 장비다. 그러나 화재 진압뿐 아니라 극한 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현장에서도 배수 작업에 투입되는 등 다목적 장비로 활용돼 왔다. 소방펌프차의 최대 방수량이 분당 2800리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은 분당 4만5000리터를 뿜어낼 수 있어 성능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이번 투입을 앞두고 중앙119구조본부는 현장 답사와 분석을 거쳐 취수 가능 지점을 검토했으며 임시 취수정 공사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강릉시 상하수도사업소와 운영 방안을 협의해 왔다. 단순한 긴급 조치가 아니라 치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실제 생활용수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급수 지원을 넘어 국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방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재난 상황에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용량 포방사시스템 급수지원 / 소방청 제공
대용량 포방사시스템 급수지원 / 소방청 제공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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