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에서 임명된 방위사업청장이 국회까지 무시하고... 논란 확산
2025-09-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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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국회 의견 무시하고 KDDX 수의계약 강행하나
계약방식 두고 ‘방사청 vs 국회 국방위’ 이견차 못좁혀
방사청 논란 자초... ‘동시 발주·건조 검토’ 입장 뒤집어
14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18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열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방사청은 안건이 분과위를 통과하면 오는 30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사업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국산화해 실전 배치하는 대규모 국가 사업이다. 총 7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함정 건조를 넘어 한국 방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전략적 사업이다. 차세대 구축함은 장거리 대공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등을 탑재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중국 해군력 증강에 맞서는 핵심 전력으로 활용된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만큼 관행에 따라 상세설계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며 수의계약을 주장한다. 반면 개념설계를 담당했던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통한 공정한 사업자 선정을 요구한다.
문제는 방사청의 수의계약 결정이 수많은 논란과 의혹을 무시한 채 강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수의계약 대상인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탈취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쟁점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 8명은 2013년과 2014년 사이 해군본부 서버를 해킹하고 군사기밀을 불법 촬영하는 방식으로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를 포함해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 등 3급 군사기밀을 빼돌렸다. 이들의 유죄는 2022년 11월 19일 확정됐고, HD현대중공업은 3년간 모든 정부 사업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받고 있다. 감점 기한은 오는 11월 18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 직원 K씨가 2023년 12월 1일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K씨는 2014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장보고-III 배치-I과 차기 잠수함 KSS-I과 KSS-III 등 앞선 8명의 범죄 사실과는 다른 군사기밀들을 추가로 빼돌렸다.
방사청은 K씨의 확정 판결에 따라 판결일로부터 3년간, 즉 내년 12월까지 HD현대중공업에 추가 벌점을 부과해야 마땅함에도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8명과 같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이라는 이유로 벌점 부과 여부조차 검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이 불법 행위를 의도적으로 묵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수의계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방사청의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부 의원은 "(KDDX 사업) 보고서를 보면서 느낀 게 뭐냐 하면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으니까'라고 통보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갔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니라 수의계약 보고서를 갖고 와 '전혀 문제없습니다'라고 통보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부 의원은 "이제 사업이 지연될 것 같으니까 국회에 떠넘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하며 방사청의 태도를 비판했다.
부 의원은 방사청이 메시지 관리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사청이 KDDX 사업에 대한 메시지를 잘못 냈다. 지난해 9월 KDDX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공동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냈다. 그리고 '관계 부처하고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산업통산자원부가 한화오션을 방산업체로 지정해줬다. 그래서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2개가 됐다. 그렇게 메시지 자체를 공동개발 쪽으로 내다가 갑자기 수의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메시지 관리가 안 된 사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논란과 의혹이 일고 있음에도 방사청은 1년 넘게 KDDX 사업의 수의계약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경쟁입찰이나 공동개발 등 다른 방안을 찾는 듯하더니 수의계약 방침을 재확인하며 ‘시간을 벌기 위해 여론 무마용 전략을 펼쳤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과 4월 연이어 열린 분과위에서 방사청은 수의계약 안건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민간위원 6명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민간위원들은 "왜 굳이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분과위는 국방부 주관 사업 점검, 해군과 함께 전력화 지연 해소 방안 마련 등 세 가지 대안을 해소한 이후 사업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사청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국익 훼손을 우려하며 상생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방사청은 수의계약만을 고집하고 있다. 보고 기한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분과위에 수의계약 안건을 상정하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토록 논란이 많은 사업을 전 정권에서 임명된 석종건 방사청장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투명한 국정운영 기조와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