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 거절'에 홍대서 폭행당한 대만 유명 여성…경찰 “이런 일 흔해” 가해자 풀어줘

2025-09-17 10:11

add remove print link

“노출 없었는데…손가락 부러지고 온몸 멍투성이”

서울 홍대거리에서 무차별 폭행당한 류리잉의 상처들.  /     류리잉 인스타그램
서울 홍대거리에서 무차별 폭행당한 류리잉의 상처들. / 류리잉 인스타그램

서울 한복판에서 대만 여성이 한국 남성들에게 성추행에 이어 무차별 폭행까지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만 외교부는 한국 당국에 자국민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 매체 FTV 등에 따르면 구독자 46만명의 대만 유튜버 류리잉은 전날 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친구 B 씨와 함께 걷던 중 한국인 남성 2명에게서 성적 제안을 받았다. 류리잉은 그간 한국의 뷰티, 음식, 생활 문화를 대만에 소개하며 활동해 온 유튜버다.

이들은 "같이 하룻밤을 보내자"며 접근했고, 한 남성은 B 씨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등 신체 접촉까지 시도했다. 당시 류리잉 일행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매우 평범한 옷차림이었다고 한다.

이에 류리잉이 "제 친구를 만지지 말라. 아무 관계도 아니지 않냐"고 제지했지만, 남성은 손가락 욕설을 하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스킨십을 이어갔다.

결국 류리잉이 욕설로 응수하면서 말다툼이 폭행으로 번졌고, 남성은 류리잉의 뺨과 팔다리를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류리잉은 "제대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자, 남자들은 조롱하는 말투로 사과했다. 실랑이가 이어졌고, 싸우는 소리가 커지면서 행인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류리잉은 친구를 대피시킨 뒤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들이 현장을 벗어나려 하자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약 5분 뒤 경찰이 도착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류리잉은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CCTV(보안카메라) 확인이나 체포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제 여권번호만 확인한 뒤 가해자들을 풀어줬다"며 "이후 경찰은 제게 '이런 일은 흔하다. 울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라'고 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단순히 (하룻밤 제안을) 거절했을 뿐인데 이렇게 폭력을 당할 줄은 몰랐다"며 "폭행으로 엄지손가락이 부러지고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고 호소했다.

류리잉은 자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가 게재한 사진을 보면 팔과 가슴, 다리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든 모습이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대만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린 자오홍 대만 외교부 동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한 대만 대표부가 한국 경찰과 접촉해 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요청했으며 류리잉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한 대표부에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 측과 즉각 협의해 자국민의 안전한 여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고 했다.

사건 이후 류리잉의 유튜브와 SNS에는 한국에서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는 대만 여성들의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만 여성은 한국인 남성이 추근대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올리며 "레즈비언처럼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집에 같이 가자고 했다. 홍대에 갈 친구들은 이 얼굴을 꼭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