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올해 마지막 기회…10월 지나면 한국 떠난다는 '멸종위기종' 정체
2025-10-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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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갯벌을 누비는 신비로운 나그네새의 여정
가을 이동 시기인 10월이 지나면 한국을 떠나는 멸종위기 동물이 있다. 지금이 아니면 올해 마지막으로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긴 부리를 가진 신비로운 철새인 알락꼬리마도요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 중인 알락꼬리마도요는 한국에서는 번식하지 않고 봄과 가을 이동 시기에만 잠시 머무는 나그네새다.
북쪽의 번식지에서 남쪽의 월동지로 이동하는 길목에 한반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에너지를 보충한다. 특히 10월은 번식을 마치고 남쪽 나라로 떠나기 직전 시기다. 10월이 지나면 이들은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월동지로 먼 길을 떠난다. 지금이 올해 알락꼬리마도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알락꼬리마도요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도요새 중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몸길이가 60cm를 넘으며, 옅은 갈색 깃털에 검은 줄무늬가 특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외형적 특징은 아래로 길게 휘어진 부리다. 이 독특한 부리는 갯벌 속 깊숙이 숨어 있는 갯지렁이나 게, 연체동물을 파내어 먹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들의 부리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길어 암수가 서로 다른 먹이를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알락꼬리마도요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서 '위기(EN,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되며, 대한민국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개체수 감소의 주된 원인은 서식지 파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이동 중에 서해안의 넓고 건강한 갯벌에서 휴식하고 먹이를 보충한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갯벌 매립으로 인해 중간 기착지가 사라지면서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해안가 개발, 오염, 불법 사냥 등도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행히도 한국의 갯벌은 여전히 알락꼬리마도요에게 중요한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벌교 갯벌이나 순천만, 금강 하구 등은 여전히 많은 수의 알락꼬리마도요가 찾는 핵심 서식지다. 알락꼬리마도요가 갯벌 위를 낮게 비행하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부리를 박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곤 한다.
이들은 보통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이들의 웅장한 군집을 관찰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이들을 관찰하기 위해 갯벌을 찾는다면, 멸종위기종을 배려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들의 서식지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알락꼬리마도요는 매년 가을 변함없이 한국을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