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항시 구진마을 ‘앉은 줄다리기’ 100여 년 전통 이어가
2025-09-17 14:58
add remove print link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앉은 줄다리기’ 향토문화유산 지정
정부·지자체 지역 문화유산 보존·계승 위해 현실적 지원 절실



[경북=위키트리]이율동 선임기자=경북 포항시 북구 구진마을(현·송라면 화진 1리) ‘앉은 줄다리기’ 풍습이 100여 년의 역사 속에 지역 향토문화유산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진마을 ‘앉은 줄다리기’ 유래에 따르면 예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동해별신굿을 해오다가 1900년 초 구한말 시대 어느 해에 별신굿을 하던 중 무속인이 굿판에서 급사하는 변고가 생겼다. 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마을 어르신들이 용한 점술가에게 물어보니 앞으로는 별신굿 대신 정월 보름날에 줄다리기를 하고 동제(洞祭)를 성대히 모시도록 하면 마을이 번성할 것이다는 말에 ‘앉은 줄다리기’ 시초가 됐다.
그 이후 줄다리기 행사를 위해 추수가 끝나면 집집 마다 새끼를 꼬아 두었다가 설 명절을 보내고 남자들이 나룻터에 모여 꼬아 둔 새끼로 보름에 사용할 동앗줄을 엮었다. 정월 보름날 동앗줄이 준비되면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랑을 경계로 남·북 두패로 나눠 여자들만 줄을 당겼다.
승리를 한 편에서는 암줄과 숫줄을 연결한 비녀목을 빼어 둘러매고 춤을 추며 마을 제당까지 행진을 하고 풍물패는 풍악을 울리며 뒤를 따랐다. 제당에 도착하면 비녀목을 차례상 앞에 모시고 제관이 동신님께 줄다리기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고 고하고 동제를 모셨다. 동제가 끝나면 풍물패를 앞세우고 마을 곳곳, 집집마다 다니며 풍악을 울리고 지신밟기를 하면서 보름달이 뜰 때까지 신명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하루를 보냈다.
구진마을 ‘앉은 줄다리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일반 줄다리기와 달리 줄을 앉아서 당긴다는 것이다. 또 줄의 형태가 암줄과 숫줄로 구분돼 있고 여자들만 줄을 당기고 남자는 줄을 준비하거나 부수적인 역할만 한다는 특징과 차별화 때문이다.
특히 줄을 앉아서 당기게 된 이유에 대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앉아서 줄을 당기는 여성들의 모습이 출산 때 모습을 연상케 하면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재준 구진마을(화진 1리)이장은 “마을 주민 모두는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앉은 줄다리기’ 향토 문화유산에 대해 자부심과 애향심을 갖고 있다” 며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계승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역 문화유산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현실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 이유는 농·어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사회적 현상으로 마을 주민들 힘으로만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지역 곳곳에 우리 역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문화유산이 산재 돼 있는데 이를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물적·인적 요소는 턱 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며 “ 이로 인해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에 우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보존해 후손들이 계승·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북 포항시 구진마을 ‘앉은 줄다리기’는 풍어를 기원하고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추구하는 세시풍습으로 수백 년 이어져 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2016년 9월 포항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