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앞인데...44.3% 가격 급등해 비상 걸린 '국민 생선'

2025-09-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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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식탁을 위협하는 수산물 가격 급등
추석 준비, 가계에 부담 되는 참조기와 명태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급등한 수산물 가격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명절 상차림의 핵심인 참조기 값이 평년 대비 40% 넘게 뛰며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생성한 참조기 경매 현장 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생성한 참조기 경매 현장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냉동 참조기 1마리(중 규격) 시세는 2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 같은 시기(1524원)와 견줘 44.3%나 치솟은 수준이다. 전 등 요리로 명절 식탁에 자주 오르는 명태도 상승세를 보였다. 대형 명태 1마리 값은 3727원에서 4062원으로 8.9% 올랐다.

참조기를 소금에 절인 뒤 말려서 만드는 굴비 가격 역시 상승세다. 국내산 참조기 어획량이 줄면서 중국산 부세나 수입산 조기로 굴비 자리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마트에서 추석 제수용품으로 나온 굴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마트에서 추석 제수용품으로 나온 굴비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참조기 가격 폭등의 배경에는 어업 여건 악화와 각종 비용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중국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확정되면서 조업 가능 해역이 줄어들었고,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참조기 어획 범위가 크게 제약을 받게 됐다.

참조기에 대한 어업 종사자들의 기피 현상도 한몫했다. 오징어나 꽃게와 달리 참조기는 그물에서 하나씩 분리하는 수고로운 작업이 필요해 어업인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렸던 명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차가운 바다를 좋아하는 한랭 어종인 명태는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2000년대 이후 국내 어획량이 거의 전무한 상태가 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간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는 "1980~1990년대의 대표적인 어종인 말쥐치와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자원이 고갈됐고, 명태는 거의 어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 선별 작업 중인 모습 / 뉴스1
조기 선별 작업 중인 모습 / 뉴스1

수산물 뿐 아니라 축산물 시장 역시 높은 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 결과 16일 현재 한우 등심(1등급) 도매가는 kg당 7만 2037원에 달했다. 올해 초 한우 수요 감소로 5만 원대까지 내려갔던 가격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물가협회가 실시한 추석 차례상 물가 조사에서도 여러 품목의 값 오름이 확인됐다. 특란 기준 달걀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6% 뛰었고, 돼지고기 등심(600g)도 12.5% 상승했다.

정부는 명절 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다음 달 12일까지 전국 44개 유통업체에서 서민들이 자주 찾는 대중성 어종의 할인 판매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정부 비축 수산물 공급량을 평상시의 2배로 늘려 명태, 고등어, 갈치, 참조기 등 주요 명절 수산물 6종 총 1만 3500톤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추석 명절 앞두고 붐비는 서울 전통시장 / 뉴스1
추석 명절 앞두고 붐비는 서울 전통시장 / 뉴스1

임상민 한국물가협회 팀장은 "소비자물가 농·축·수산물 지수의 상승을 고려하면 성수품 선제 공급과 산지 물류·저장 인프라 보강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폭염과 늦은 추석 영향으로 사과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이 높지만,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출하 물량이 증가해 차례상 비용의 완만한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참조기는 1960년대까지 연평도 근해에서 대량 어획되며 한국 대표 생선으로 자리잡았지만, 최근에는 고등어나 오징어에 국민 생선 지위를 내준 상태다. 그럼에도 제사상이나 잔치상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명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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