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신고, 줄어든 보호… 교제폭력 대책 구멍 뚫렸다
2025-09-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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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 신고·검거는 급증, 안전조치는 오히려 감소
스마트워치·지능형 CCTV 중심 보호, 실효성 논란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제폭력 신고와 검거가 매년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피해자 보호 조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보호조치가 시행된 상황에서도 살인이나 살인미수 등 중대한 범죄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보고돼, 현행 보호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구)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7월)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57,305건에서 88,394건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검거 건수도 10,538건에서 14,900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피해자에게 시행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는 3,679건에서 1,660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문제는 보호 조치 중에서도 실질적인 안전 확보 수단이 대부분 스마트워치와 지능형 CCTV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시행된 보호조치 중 약 60%가 이 두 장치에 해당하며, 특히 스마트워치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발생한 의정부 교제살인 사건처럼,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살해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교제폭력은 단순한 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폭력이며, 해마다 증가하는 심각한 범죄 유형”이라며 “피해자가 사실상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보호 수단이 감소하고, 그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2년 이후 보호조치가 시행 중이던 피해자들 중 살해되거나 살인미수 피해를 입은 사례가 최소 8건(잠정)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순 ‘장비 지급’만으로는 실질적인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보호조치 시스템이 기술적 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접근 금지, 심리적 지원, 생활환경 조정 등 다각적인 접근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의 연계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교제폭력은 해마다 증가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보호조치의 수량적 감소와 장비 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보다 입체적이고 적극적인 피해자 중심 보호 체계의 확립이 시급하다. 관계 부처의 정책적 전환과 함께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