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축소 여파…기초과학 '씨' 말라간다
2025-09-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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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개발 방향 대전환 이후 기초연구 선정률 급감
과제 대형화 논리에 개인연구 축소…과학 생태계 근간 흔들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기초과학은 국가 과학기술의 뿌리지만,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재편 이후 이 분야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예산 조정 방침에 따라 대형 과제 중심 구조로 전환되면서, 개인기초연구 과제의 선정률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기초연구의 주요 과제인 '우수신진', '중견1유형', '리더연구'의 선정률은 2021년 대비 올해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리더연구는 21.9%에서 5.7%로, 우수신진은 31.3%에서 10.2%로 급감했다.
정부는 예산 구조 개편의 이유로 “과제 나눠먹기” 문제를 지적하며 대형 과제를 통한 성과 집중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생애첫연구·기본연구와 같은 소규모 과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됐고, 박사후 연구자부터 중견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구자의 생애주기에 걸쳐 과제 참여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연구현장에선 일종의 ‘보릿고개’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1억원 내외의 단기 과제조차 선정률이 20%를 밑돌면서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고 있다. 황정아 의원은 “이번 정부의 R&D 예산 폭거로 기초과학 생태계가 사실상 괴멸적 축소를 겪고 있다”며 “기초연구는 과학기술의 뿌리이며,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성과 위주 정책은 단기적 성과를 유도할 수 있으나, 기초연구와 같은 장기 투자 영역에서는 국가 전체 과학기술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형과제와 기초연구 간 균형 있는 투자이며, 실험실 단위의 작고 끈질긴 시도가 가능하도록 정책적 여지를 확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