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서 대규모 집회... “민주당 놈들” 말까지 나와

2025-09-2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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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판속개 시 당선무효”

21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 뉴스1
21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이 21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5년 8개월 만에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2020년 1월 광화문광장 집회 이후 6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규탄대회'에는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약 75명(전체 의원 107명 중 약 70%)이 참석했다. 친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다수 모습을 보였다.

21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 뉴스1
21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 뉴스1

규탄대회 시작 전부터 무대 주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빨간색 옷을 입은 당원들이 집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집회에 7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밝혔다. 당협 명칭이 적힌 깃발과 당원들이 들고 온 태극기가 곳곳에 나부꼈고, '헌법파괴 일당독재 중단하라' 현수막이 걸린 애드벌룬이 상공에 띄워졌다.

현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가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대형 깃발과 '국민이 불러온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단 깃발도 눈에 띄었다. 일부 지지층은 북과 꽹과리를 치며 '윤어게인'을 외치거나 '윤석열'을 선창에 '대통령'을 후창하기도 했다. 'STOP THE STEAL'(부정선거 중단하라), 'CCP OUT'(중국공산당 아웃) '부정선거 사형'이라고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각 시·도당과 당협에 협조 공문을 보내 집회 성격과 주제에 어긋나는 피켓이나 깃발을 활용할 수 없다고 사전에 안내했지만, 현장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대구역부터 규탄대회 장소까지 곳곳에 경찰과 당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등이 배치됐고, 안전 펜스도 둘러졌다. 국민의힘은 '사법파괴 법원장악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 부스를 설치해 서명받았다.

장동혁 대표는 연단에서 "찬란한 불빛이 꺼지고 인민 독재의 암흑이 몰려오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독재를 막아내고 민주당의 공작과 광기를 막아내야 한다"며 "우리가 독재를 막지 못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역사에 죄인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정부·여당을 향해 "이제 하다 하다 대법원장을 제거하겠다며 쓰레기같은 정치 공작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3대 특검을 겨냥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이리저리 날뛰면서 죽는 줄 모르고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있다"고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반헌법적인 정치 테러 집단의 수괴"라며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는 발언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한 것이 대한민국"이라며 "어떻게 임명된 권력보다 선출된 권력이 더 상위에 있다는 막말을 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사고방식이 독재적인 사고방식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나라를 정상적으로 끌고 가려면 야당과 함께 협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전국의 '2찍'(국민의힘 지지자 비하 표현) 동지 여러분 안녕하셨느냐"며 "저 민주당 놈들이 여러분을 한날한시에 묻어버린다고 해서 여러분이 안전하신지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다. 최강욱 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지난달 한 북토크 행사에서 "'2찍'들은 한날한시에 싹 모아다가 묻어버리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완전히 성공하고 한단계 도약하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저들이 보수의 심장을 도려내려 하고 있다"며 "이 목소리가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민주당 당사까지 크게 들릴 수 있게 함성을 질러달라"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여러분은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 혐의, 5개 재판. 유죄취지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되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극단을 택하자"라고도 했다. 이어 "이재명 당선 무효. 내려와라" 구호를 참석자들과 함께 외쳤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TK의 아들' 발언을 언급하며 "대구·경북은 아들들에게 거짓말하라고 죄짓고 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죄 지었다고 유죄 판결 준 판사에게 보복하라고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탈북민 출신 박충권 의원은 "저들이 정권을 장악한 지 단 110일 만에 우리의 77년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결사항전을 촉구했다.

6선 중진 주호영 의원은 "이 대통령이 마치 대한민국이 전부 자기 것인것처럼 언론 법원 검찰 온갖 자리를 전부 자기 친구 연수원 동기로 채우고 있다"며 "진짜 죽기살기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무대 앞에 모여 앉은 당원들은 스크린에서 '대법원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담은 영상이 재생되자 고성과 욕설을 퍼붓는 등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은 규탄대회를 마친 뒤 '국민의 힘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하자'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레드웨이브' 퍼포먼스를 벌였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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