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일할 생각 전혀 없어…하나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구도로 규정하고, 향후 어떠한 협상도 없을 것임을 선언했다. 다만 미국과는 비핵화 목표를 접는 조건에서 대화 여지를 남기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추억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을 위시한 서방 패권 세력이 아직도 핵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고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재나 힘의 시위로써 우리를 압박하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억제력의 역할에 대해서도 위협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지금 행사되고 있으며 나는 이 억제력의 제1사명이 상실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상실될 때에는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위험한 사태발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핵무기의 제1사명이 전쟁 억제라면, 그 기능이 상실될 경우 곧바로 핵 반격이라는 ‘제2사명’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한과의 관계를 두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강조하며 통일 의지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서도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나아가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밝혀, 아직 헌법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