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반가울 소식…정부가 물량 확 풀고 할인까지 지원한다는 금값 '식재료'
2025-09-2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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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식탁 덮친 '금란' 공포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계란을 비롯한 주요 성수품 공급 확대에 나섰다. 계란은 특히 올해 들어 가격이 30% 이상 치솟으며 '금란(金卵)'이라는 신조어가 다시 회자될 정도로 서민들 체감 물가를 자극한 품목이다. 정부는 물량을 대폭 늘리고 산지 가격 고시 체계도 개편하며 할인 지원까지 병행해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계란을 포함한 성수품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계란은 산지 물량 확대, 할인지원 등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기존에는 계란 산지가격을 주 단위로 고시했으나, 앞으로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간하는 계란 수급동향 정보지에 전망치를 게재해 가격 정보를 공개한다. 시장에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가격 왜곡과 혼선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정부와 유통업체가 협력해 물량 일정량을 할인 판매하는 지원책을 병행한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직접 낮추기 위한 조치다.
올해 상반기부터 계란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계란 한 판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만 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산지 가격 역시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서민 식탁에 기본적으로 올라가는 필수 식재료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구글 트렌드와 같은 검색 데이터에서도 '계란 가격' '금란' 등과 같은 키워드 검색량이 폭증하며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 '라면에 계란 넣는 게 사치'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할 정도로 계란은 고가 식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계란 가격 폭등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산란계 사육면적 규제 강화가 생산량을 직접적으로 줄였다. 산란계를 기존보다 넓은 공간에서 키워야 하는 동물복지형 기준이 의무화되면서 준비가 안 된 농가들은 마릿수를 줄이거나 시설 개선에 들어가야 했다. 그 결과 공급 기반이 급격히 위축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도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상반기 전국적으로 AI 발생이 반복되며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이 이뤄졌다. 병아리 공급과 산란계 시장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사료와 에너지 등 생산비 급등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국제 곡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국내 에너지 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농가의 단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수입량 감소도 한몫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입국들도 조류독감 확산과 비용 상승으로 수출 여력이 줄어들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국내 가격에도 반영됐다. 이 같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며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이 겹쳐, 계란은 다시 ‘금란’으로 불리게 됐다.

계란은 아침 식탁은 물론 제과·제빵, 외식업 전반에서 널리 쓰인다. 따라서 가격이 오를수록 소비자뿐 아니라 소상공인, 급식업체까지 부담을 진다. 특히 서민 가계에서는 장바구니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 습관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부는 계란 구매량을 줄이고 대체 단백질 식품을 찾기도 했다. 급식단가가 고정된 학교·기관에서는 계란 사용량을 줄이는 사례도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계란 가격이 크게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동물복지형 사육 기준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류독감 역시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이며, 글로벌 사료·에너지 가격이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는 한 생산비 압박은 여전하다. 정부의 물량 확대와 할인 지원이 추석 전후 소비자 부담을 다소 완화하더라도, 근본적인 공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금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