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석 경사 당직 팀장 무릎 꿇어…유족 "왜 왔냐" 분노

2025-09-2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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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허점, 영웅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희생

갯벌에서 구조 활동 중 순직한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34)를 기리는 행사에서 그의 소속 파출소 당직 팀장이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차가운 반응으로 응답하며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

22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는 사고 당시 당직 책임자였던 A 경위가 정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국화꽃을 들고 유족 앞으로 나와 “재석이는 내가 가장 신뢰하고 의지한 소중한 팀원이었다”며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무릎을 꿇은 채 사죄했지만, 유족은 국화꽃을 집어 던지며 “네가 여길 왜 오느냐”, “장례식 때 단 한마디 사과라도 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A 경위의 등장은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이뤄졌다. 그는 추모객들 앞에서 팀원들을 향해 “이것이 마지막 부탁이자 지시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되, 책임을 피하려는 거짓이나 추측성 발언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한 취재진을 향해서는 “재석이를 잘 모른다면 말하지 말라. 사실만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상황 보고가 늦어진 이유나 거짓 주장이라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묻자 “나는 조사받을 사람이다. 조사를 성실히 받고 합당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행사 이후 A 경위는 사고가 발생했던 꽃섬 인근 갯벌에 국화를 두고 오겠다며 현장으로 향했다. 이에 경찰과 소방 인력이 안전을 이유로 그를 따라 나서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고 이재석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2시 7분쯤 ‘영흥도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그는 당직 근무 중이었으며, 홀로 현장으로 향해 구조 활동에 나섰다. 요구조자는 70대 중국인 남성이었고, 이 경사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부력조끼를 벗어 그에게 입혔다. 이 장면은 영상에 그대로 기록됐고, 이후 이 경사는 실종됐다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희생의 순간이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중국 현지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사건 이후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이 경사의 순직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특히 당직 당시 팀장인 A 경위를 비롯해 휴식을 취하던 팀원 4명 등 총 5명의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경사가 홀로 출동해야 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사팀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유족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경사의 희생이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한 구조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분한 지원 인력이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상황, 지휘 체계의 허점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 역시 거세지고 있다.

추모 행사 현장에서는 눈물을 삼키는 동료들의 모습도 이어졌다. 한 동료는 “재석이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항상 먼저 나섰던 사람”이라며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지인은 “가족을 먼저 생각하던 따뜻한 아들이자 남편이었다”며 “남은 사람들이 그의 희생을 잊지 말고 더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날 유족은 끝내 A 경위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방문과 무릎 꿇은 사죄는 오히려 분노를 키웠고, 현장은 무거운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과 책임 소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 한 유족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며, 관련자들의 진술과 자료 분석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된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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