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결제 피해 입었어요” 고객이 신고하자... KT가 보인 황당한 반응
2025-09-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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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건이나 신고받았음에도 무대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KT로부터 제출받아 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 고객센터에는 지난달 27일 2건을 비롯해 이달 2일까지 총 6건의 소액결제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KT는 이달 1~2일 경찰로부터 소액결제 피해사례를 분석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뒤에야 이들 민원 6건에서 비정상 결제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이 사태를 인지하고 수사에 나서기 전에도 피해 징후가 있었지만 이를 도외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KT 소액결제 사태는 지난달 27일부터 본격화됐다. 경기 광명시 소하동과 하안동을 중심으로 시작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영등포구, 인천시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됐다. KT는 최근 브리핑에서 피해 고객 수가 당초 278명에서 362명으로, 누적 피해 금액은 2억 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78건, 1억 7000여만 원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KT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경찰이 KT에 이상징후를 통보했음에도 KT 측이 "이상없음"이라고 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언론 보도와 경찰 조사로 소액결제 해킹 사고를 인지했음에도 정작 수일이 지난 뒤에야 신고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찰 통보가 이뤄진 지난 1일에도 109건의 무단 소액결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KT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불법 초소형 기지국(펜토셀) 2대가 악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커들은 이를 통해 IMSI, IMEI, 전화번호 등 다량의 개인정보를 탈취했으며, 피해자들은 결제 알림조차 받지 못한 채 피해를 입었다. 이는 이용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피해 사실을 알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소액결제 피해를 넘어 결제 카드 정보 유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국내 통신사와 정부의 보안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정훈 의원은 "경기도의 경우 같은 시간대에 인근 지역에서 여러 건의 신고 전화가 폭주하면 자동으로 비상상황 경보를 발송하는 '대형재난 발생 알리미' 시스템을 도입·운영한다"며 "KT와 같은 대형 통신사도 유사·중복되는 고객 신고를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관계 당국과 사고원인을 파악 중이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과했지만, KT의 늦은 대응과 초기 대처 미흡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