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요리에 필수인데…단 100개, 최대 50만 원에 풀린 남해산 ‘명품 수산물’

2025-09-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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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물살이 키운 전통 멸치의 비밀
숨겨진 보석, 죽방렴 멸치의 놀라운 가치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만능 식재료, 마른 멸치가 추석을 앞두고 특별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국물 내기부터 반찬까지 한식 요리에 꼭 필요한 재료지만, 그중에서도 경남 남해군 지족해협에서 전통 방식으로 잡아 올린 ‘죽방렴 멸치’는 희소성과 품격을 모두 갖춘 명품 수산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는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어업'이 지난 7월 9일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신규 등재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설치된 죽방렴 형태 모습 / 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해양수산부는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어업'이 지난 7월 9일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신규 등재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설치된 죽방렴 형태 모습 / 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여행스케치 보도 등에 따르면 죽방렴은 바다 한복판에 대나무발을 엮어 만든 재래식 어항이다. 동시에 어민들의 지혜가 담긴 귀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 지족해협에 자리한 죽방렴은 창선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닷물 위에 V자 형태로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현재 23개가 설치돼 있으며, 이는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지혜롭게 고안한 전통 고정식 어업 방식이다. 지족해협은 가장 넓은 폭이 약 2,700m, 가장 좁은 곳은 375m에 불과하고, 조류 속도는 시속 13~15km에 이른다.

죽방렴의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정교하다. 10m 길이의 참나무 말목을 바닷속에 박고, 그 사이를 대나무 발처럼 엮어 V자 형태로 물길을 유도한다. 멸치들은 거센 물살을 따라 흘러 들어가다 V자 말목 끝 원통형 발통에 갇히게 된다. 밀물이 빠지면 발통 안에 고기가 모이고, 이를 뜰채로 건져 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멸치는 그물에 비해 비늘 손상이 거의 없어 은빛이 살아 있고, 지족해협 물살 덕분에 힘이 좋아 맛과 신선도가 뛰어나다.

사진은 죽방렴 구조 모습 / 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사진은 죽방렴 구조 모습 / 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죽방렴 멸치의 가치는 가격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멸치보다 최소 다섯 배 이상 비싸며, 시세에 따라 1kg에 많게는 100만 원까지 호가한 기록도 있다. 잡히는 시기와 크기에 따라 이름도 다르다. 음력 2월 중순 첫 조업에서 잡히는 ‘지름치’는 주로 젓갈용으로 쓰이고, 이어지는 ‘실치’나 ‘시레기’는 볶음 반찬에 쓰인다. 한 달가량 자라면 ‘배쟁이’, 다시 한 달이 지나면 추석 전후까지 나오는 ‘중사리’가 된다. 중사리는 은빛이 윤택하고 맛이 뛰어나 최고로 대접받는다. 이후 8월부터는 멸치가 커지며 기름기가 많아져 맛은 좋지만 가격은 다소 내려간다.

죽방렴 어업은 연중 이뤄지지 않는다. 음력 2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만 운영되고, 겨울에는 그물과 발을 모두 철거한다. 하루 두 번 조석에 맞춰 조업을 해야 하기에 물때 계산이 필수다. 어획량의 60~70%가 6~7월에 집중돼 있으며, 멸치 외에도 삼치, 갈치 등 다양한 어종이 함께 잡히지만 주력은 단연 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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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 멸치는 잡아 올리자마자 소금물에 삶아 햇볕에 말린다. 이 과정에서 멸치의 뼈는 부드러워지고 단백질은 응고돼 씹는 맛이 좋아진다. 동시에 비린내가 줄어들어 감칠맛이 깊어진다. 맛을 좌우하는 핵심은 삶을 때 소금의 양과 끓이는 시간이다. 삶아낸 뒤 대나무 도구로 건져 햇볕에 말리고, 크기별로 분류해 상품화한다.

해양수산부는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어업'이 7월 9일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신규 등재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설치된 죽방렴 형태 모습 / 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해양수산부는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어업'이 7월 9일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신규 등재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설치된 죽방렴 형태 모습 / 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이처럼 까다롭고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친 죽방렴 멸치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한국 전통 어업의 산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선물세트로도 각광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을 앞두고 프리미엄 수산 선물세트 라인업을 확대하며, 국내 장인들과 협업한 희소 수산물을 선보인다고 전날 밝혔다. 이 가운데 100년 장인 전통이 깃든 남해 죽방렴 멸치가 포함됐다. 준비된 물량은 단 100개에 불과하며, 가격은 30만~50만 원대다.

죽방렴 멸치는 단순히 귀한 멸치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 그리고 남해라는 지역성이 더해진 한국 수산업의 상징이다. 한식 요리에 빠질 수 없는 멸치가 명절을 맞아 ‘명품 수산물’로 변신해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 광고용으로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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