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인기 폭발하더니…정작 한국에서는 약 40% 올라 금값 된 '국민 식재료'

2025-09-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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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탁에나 놓여 있는 밥도둑
가격 폭등의 숨은 주범은 K-푸드 열풍과 기상 악화

김은 특유의 짭짤한 맛과 바삭한 식감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식재료다. 밥반찬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활용법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최근 국민 식재료인 김 가격이 금값 수준으로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김  / 뉴스1
물김 / 뉴스1

김 가격은 예년보다 무려 4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년 만에 '김 비축' 제도 재추진을 검토했으나, 정부 내 협의과정에서 최종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가격이 오른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K-푸드 인기로 폭증한 수요 등이 겹치면서 김 가격은 치솟고 있다.

김의 주산지인 바다 환경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김 양식은 차가운 수온에서 잘 이루어지는데, 최근 기후 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김의 생육 환경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김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도 김의 글로벌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케데헌' 속 주인공들이 김밥을 먹는 장면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김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또한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김은 단순한 반찬을 넘어 건강한 스낵으로 주목받고 있다.

맛있는 김 / 뉴스1
맛있는 김 / 뉴스1

이로 인해 국내 편의점 CU의 김밥 매출은 전년 대비 231%나 증가하는 등 국내외 수요가 모두 늘어났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월 마른김 10장 소매 평균 가격은 1355원으로, 평년(990원)보다 약 37% 올랐다. 10년 전 700원대였던 가격이 현재 1400원대까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값 안정화와 공급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06년 중단된 김 비축 제도를 시행하고자 했다. 비축 제도는 물가가 낮을 때 정부가 물량을 사들였다가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 17일 정부에 따르면 내부 협의 과정에서 이 안건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김 비축을 허용할 경우 다른 수산물도 가격 변동에 따라 비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 비축 제도는 1979년 도입됐으나 2006년 가격 폭락과 품질 문제로 중단됐다.

맛 좋은 김 / 뉴스1
맛 좋은 김 / 뉴스1

지난해에도 해수부는 2700ha 규모의 김 양식장을 추가 개발, 생산량 확대 추진으로 김 가격 완화를 기대했으나 가격 하락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해수부는 대신 새로운 ‘김 계약생산제도’를 통해 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마른김이 아닌 물김에 대한 물량 조절 방안으로, 가공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김 가격을 즉각적으로 안정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어업 생산량의 변동성이 커지고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김 비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 변동성과 수출 물량 급증으로 김 비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밥도둑'이었던 김이 이젠 해외로 나가는 '효자 상품'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할 가격 부담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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