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참사…박순관 대표, 1심 징역 15년·법정구속
2025-09-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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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관 아리셀 대표, 1심서 징역 15년형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이후 최고 형량을 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수원지방법원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3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는 작년 6월 발생한 화재 참사로부터 1년 3개월여 만에 내려진 것으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경영진에게 내려진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재판부는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도 동일하게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아리셀 소속 직원들에 대해서는 무죄부터 징역 2년까지 차등 판결했다.
기업 처벌도 함께 이뤄졌다.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 원, 한신다이아에 3000만 원, 메이셀에 3000만 원, 강산산업건설에 1000만 원의 벌금이 각각 부과됐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악의 사고"라고 규정하며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박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을 요구했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박 대표의 실질적 경영 책임을 인정했다. "아리셀의 일상적인 업무는 박중언이 한 것으로 보이나 여러 증거에 따르면 박순관은 박중언에게 실질적인 보고를 받는 지위에 있었다"면서 "박순관이 박중언으로부터 매번 중요 업무보고를 받고 특정한 사항에 대해 지시를 내린 것은 명목상 대표 이사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 총괄 책임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엄중한 처벌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결과는 어떠한 것으로도 회복될 수 있다"면서 "해당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했고 사건이 매우 중해 이에 상응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참사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내 2층에서 시작됐다. 당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아리셀의 심각한 안전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0년 5월 사업 개시 후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확보 없이 단순 노동력만 투입하는 무리한 생산 체제를 운영했다.
특히 안전 관리에 대한 투자는 최소화했다. 안전·보건 예산을 극도로 줄이고 담당 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 관리자가 퇴사한 뒤에도 약 4개월간 해당 자리를 공석으로 방치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력 운용 방식이었다. 불법 파견업체를 통해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거 고용한 뒤, 위험한 배터리 생산 공정에 제대로 된 안전교육 없이 바로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파견근로자였고, 대부분이 입사한 지 3~8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아리셀 경영책임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 7월 23일 결심공판에서는 "그날의 뼈아픈 사고로 많은 분이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며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만 다시 한번 유족에게 사죄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화재 사고 후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를 거쳐 같은 해 9월 구속기소됐다가 올해 2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의 아들 박 총괄본부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