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가면 실명까지…1년 1회 검진으로 막을 수도 있는 '안과 질환'
2025-09-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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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의 침묵하는 위험, 망막질환의 실체
눈 건강 지키기, 조기 발견이 최선의 처방
망막에 손상이 생기면 시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는 27일은 국제망막연합이 제정한 ‘세계 망막의 날’이다.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들어온 빛을 뇌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막에 손상이 생기면 시야와 시력에 문제가 발생하며,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는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히며, 한번 발병하면 정상 시력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고령사회와 함께 증가하는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의 신경조직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이며 점진적으로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황반변성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 2024년에는 2020년 대비 약 2.8배 증가했다. 황반변성의 주요 원인은 노화이며, 우리 사회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유병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기면서 출혈과 부종을 유발해 수개월 이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대개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체 주사를 눈 속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진행을 늦추고 시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 당뇨병과 직결되는 당뇨망막병증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합병증 중 하나로, 망막의 혈관이 손상돼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2020년 35만1118명에서 2024년 38만5838명으로 약 10% 늘었다.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병 위험은 커지며, 발병 15년 전후 환자의 60~7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비문증이나 변시증 같은 증상이 보일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며, 진행 정도에 따라 레이저 치료, 주사 치료, 수술이 시행된다.
◆ 혈관 건강이 관건인 망막혈관폐쇄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질환이다. 환자 수는 2020년 7만1066명에서 2024년 8만5980명으로 약 21% 증가했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 기능이 저하되면서 주로 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으면 위험이 더 높다. 시력 저하나 시야 흐림, 가려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경우에 따라 전조증상 없이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망막동맥폐쇄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혈류 회복을 돕는 안구 마사지, 안압 하강 치료, 혈전 용해제 투여 등이 시도되며, 망막정맥폐쇄는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황반부종이 있으면 항체주사나 스테로이드주사 치료가 병행된다.
◆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필수
이들 질환은 모두 공통적으로 초기 자각 증상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어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안저검사와 같은 정밀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유영주 전문의는 “고령화와 진단 장비 발달로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 환자가 늘고 있다”며 “망막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발병한 환자라도 적극적인 치료로 현재 시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질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
망막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흡연은 황반변성과 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40세 이상이거나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1년에 한 번 이상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기관이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생활 속 관리 습관을 통해 시력을 지킬 수 있다. ‘세계 망막의 날’을 맞아 눈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고, 정기검진과 생활 관리로 평생의 시력을 지켜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