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다른 선택…MLB, 내년부터 ‘이것’ 도입한다
2025-09-24 07:34
add remove print link
투수·타자 직접 이의제기…팀당 두 번씩 기회 부여
메이저리그에도 ‘로봇 심판’이 들어선다.

야구를 보다 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심판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고개를 젓고, 방망이를 내려놓은 타자가 격하게 항의하다가 끝내 퇴장을 당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더그아웃에서 감독이 뛰쳐나와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고, 관중석에서도 거센 야유가 터져 나온다. 판정 논란은 경기의 긴장감을 높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불만을 낳는 요소였고,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머지않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4일(한국시간) 2026시즌부터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을 챌린지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ABS는 주심이 먼저 판정을 내리고,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기계 판독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투수나 타자, 포수가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모자나 헬멧을 두드려 의사를 표시하면 되고, 12대의 카메라가 즉시 스트라이크 존을 분석한다. 결과는 15초 안에 전광판을 통해 공개되며 주심이 마이크로 직접 안내한다.
팀마다 두 번씩 기회가 주어진다.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으면 기회는 유지되지만 실패하면 한 번 차감된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각 팀에 한 번씩 추가 기회가 더 생긴다. 감독이나 더그아웃이 대신 신청할 수는 없고, 투구 직후 선수 본인이 바로 요청해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은 홈플레이트 폭과 같고 높이는 선수의 키에 따라 달라진다. 상단은 키의 53.5%, 하단은 27% 지점까지로 설정되며, 선수단 공식 신장 기록이 기준이 된다.
ABS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시험됐다. 2021년 싱글A에서 시작해 2022년 트리플A 일부 구장, 2023년에는 전 구장으로 확대됐다. 올해 스프링캠프와 올스타전에서도 시범 운영됐는데, 경기당 평균 네 차례 가까운 요청이 있었고 절반 정도는 판정이 번복됐다. 포수가 신청한 경우 성공률이 가장 높았고 투수는 가장 낮았다.

메이저리그가 택한 방식은 전면 자동화가 아니다. KBO리그가 모든 투구를 기계로 판정하는 것과 달리, MLB는 중요한 순간에만 기술을 활용하는 챌린지 방식을 도입했다. 사무국은 “선수들이 완전 자동화보다는 챌린지를 선호했고 전통적인 판정을 유지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구단주 대표 6명, 선수 대표 4명, 심판 대표 1명으로 꾸려진 리그 경쟁 위원회의 표결을 통해 확정됐다. 일부 선수 대표가 반대했지만 구단주 전원이 찬성하면서 무난히 통과됐다.
ABS 도입으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둘러싼 잡음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중 격한 항의와 퇴장 장면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