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개통… 2시간 넘던 거리를 65분으로 줄인 ‘이 노선’

2025-09-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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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착공 후 재검토·설계 변경 거쳐 23년 만에 완공

목포와 보성을 잇는 철도가 23년 만에 개통된다.

목포보성선을 임시운행하고 있는 무궁화호 열차 / 전라남도 제공
목포보성선을 임시운행하고 있는 무궁화호 열차 / 전라남도 제공

기차는 언제나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사람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이면서도 창밖으로 스쳐 가는 논과 바다, 간이역마다 남겨진 흔적들은 여행의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선로가 닿는 곳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과 기억이었고 묵직하게 이어지는 철길은 곧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였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고속철이 교통의 중심이 되면서 지방 노선은 점차 축소되거나 단축됐고 새 철도가 놓인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개통은 더 오래 기다려온 반가운 변화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6일 신보성역에서 개통식을 열고 27일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이 노선은 2002년 착공 이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부가 사업을 재검토하고 설계 변경까지 거치면서 준공이 늦어졌고 첫 삽을 뜬 지 23년 만에 완공됐다. 이번 사업은 신보성역에서 목포 임성리역까지 82.5km 구간을 신설하는 것으로 총 1조 6459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가 철도망 확충 사업이다.

목포 보성선 / 국토교통부 제공
목포 보성선 / 국토교통부 제공

목포보성선은 임성리에서 영암, 해남, 강진, 전남장흥, 장동을 거쳐 신보성에 이르는 단선 전철이다. 기존 남북축 중심의 철도망과 달리 전남 남부권을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건설돼 의미가 크다. 목포에서 보성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 2시간 30분에서 65분으로 단축되고, 목포에서 부산 부전역까지도 4시간 40분 만에 닿을 수 있어 지역 간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

이번 개통으로 신설된 역사는 신보성, 장동, 전남장흥, 강진, 해남, 영암 등 6곳이다. 각 역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건립됐다. 신보성역은 보성 녹차밭을, 장동역은 신배산을, 전남장흥역은 키조개를, 강진역은 청자 가마를, 해남역은 고인돌을, 영암역은 월출산 봉우리를 담아냈다. 철도 시설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운행은 개통 초기 디젤 기관차 기반의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로 시작된다. 목포~부산 구간은 하루 총 4회, 목포~순천 구간은 총 8회가 운행된다. 목포에서 신보성까지 요금은 새마을호 기준 8300원, 무궁화호 5600원으로 책정됐으며, 운행 횟수는 평일 하루 8회 왕복, 주말 10회 왕복 수준으로 운영된다.

영산강교 / 국토교통부 제공
영산강교 / 국토교통부 제공

노선에는 상징적인 건축물도 포함됐다.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675m 길이의 영산강교는 국내 철도교량 가운데 최초로 9경간 연속 엑스트라도즈드 공법이 적용됐다. 이 방식은 교량의 콘크리트 주탑에 케이블을 연결해 하중을 거더뿐만 아니라 케이블에 함께 분산시키는 구조로 일반 교량보다 훨씬 긴 구간을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 한다. 영산호와 돛단배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건설됐으며, 주경간이 100m 이상인 장대 특수교량이라는 점에서 건설 기술적 의미도 크다.

남도해양 관광열차 S-train / 국토교통부 제공
남도해양 관광열차 S-train / 국토교통부 제공

관광산업의 변화도 기대된다. 남도해양 관광열차 S-train은 기존 광주송정~부산 노선 대신 목포~부산 구간을 운행하게 되며 주 2회에서 주 3회로 확대된다. 철도 접근성이 크게 나아진 영암, 해남, 강진, 장흥 등 서남권 지역과 완도, 진도 등 섬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이 보장되고 남해안권 관광객의 체류형 여행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성~순천 구간은 여전히 비전철 상태여서 당분간 디젤 열차 운행이 이어진다. 정부는 2030년경 광주송정~순천 전철화를 완료해 목포에서 부산까지 KTX-이음을 투입하고 2시간대 주행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개통이 남해안 철도망 완성을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상생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으로 총 6개 철도 역사가 신설됐다. 왼쪽 첫 번째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보성역(보성군), 장동역(장흥군), 전남장흥역(장흥군), 영암역(영암군), 해남역(해남군), 강진역(강진군) /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사업으로 총 6개 철도 역사가 신설됐다. 왼쪽 첫 번째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보성역(보성군), 장동역(장흥군), 전남장흥역(장흥군), 영암역(영암군), 해남역(해남군), 강진역(강진군) /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목포 보성선 개통으로 관광객들에게는 체감할 변화가 크다. 목포에서 보성까지 이동 시간이 한 시간 남짓으로 줄면서 당일치기 여행이 한결 수월해지고, 부산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여행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동안 철도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강진·해남·영암·장흥 같은 지역이 새 노선으로 연결돼 전남 서남권의 숨은 여행지들을 더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또한 새로 지어진 역 자체가 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녹차밭, 청자 가마, 고인돌 등 지역 상징물을 형상화한 역사 디자인은 방문객에게 첫인상부터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675m 교량 또한 철도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으로, 기차를 타는 것 자체가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성~목포 철도사업 노선도 / 국토교통부 제공
보성~목포 철도사업 노선도 / 국토교통부 제공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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