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잡힐 수가 없는건데…요즘 동해서 쏟아지고 있다는 '뜻밖의' 수산물

2025-09-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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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발견된 낯선 풍경

동해 하면 떠오르는 대표 어종은 오징어와 명태였다. 하지만 최근 동해 어장에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방어와 전갱이처럼 본래 남해와 제주 바다에서나 주로 잡히던 난류성 어종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 동해는 찬 해류가 지배적인 바다로 알려져 있었기에 이들 어종이 대량으로 잡힌다는 사실 자체가 어업인들과 학계 모두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동해에서 잡힌 전갱이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동해에서 잡힌 전갱이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방어·전갱이 어획량 급증

최근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와 지방 어업 관계자 등에 따르면 15년(2005∼2019년) 동안에 비해 5년(2020∼2024년)간 동해안 방어와 전갱이 출현 비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강원 고성, 양양, 경북 울진 등 동해 전역에서 두 어종의 어획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강원 고성에서는 방어·전갱이 출현 비율 53% 증가했고, 강원 양양에서는 64% 증가, 경북 울진에서는 무려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어업 현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방어가 동해안 전체 어획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갱이 역시 과거에는 동해에서 보기 힘든 어종이었으나, 이제는 계절별 주요 어획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전통적인 동해 어종과의 대비

동해는 그동안 오징어, 명태, 도루묵처럼 차가운 물을 선호하는 한류성 어종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방어와 전갱이가 동해에서 잡히더라도 단발적이거나 소량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동해 수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어장의 구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기존의 한류성 어종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난류성 어종이 동해의 주요 어획 대상이 되고 있다.

방어와 전갱이는 원래 제주나 남해에서 겨울철에 많이 잡혀 활어회, 구이, 조림 등으로 소비되던 대표 난류성 어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원도 최북단 고성까지 회유 범위를 넓히며 동해 어업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맨손으로 잡은 방어. 자료사진. / 뉴스1
맨손으로 잡은 방어. 자료사진. / 뉴스1

기후 변화가 만든 어장 재편

이 같은 변화 핵심 원인은 기후 변화다. 최근 동해의 수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류 세력이 약해지고, 난류가 북상하면서 동해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태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어업인들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동해에서 방어와 전갱이를 이렇게 많이 잡게 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수온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동해는 더 이상 오징어와 명태의 바다가 아니라 방어·전갱이 어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역 경제와 어업 현장 변화

예상치 못한 난류성 어종 급증은 어업인들에게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방어는 고급 회로 소비 수요가 많아 높은 단가를 기대할 수 있다. 전갱이 역시 구이·조림용으로 꾸준히 팔리며 시장성이 크다. 실제로 강원과 경북 일부 항구에서는 방어·전갱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경매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기존 어획·유통 체계가 한류성 어종에 맞춰져 있던 만큼, 난류성 어종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물류와 보관, 가공 체계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좋은 기회이지만 갑작스러운 물량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저장시설과 가공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전갱이 말리기. 자료사진. / 뉴스1
전갱이 말리기. 자료사진. / 뉴스1

수산업계가 맞이한 새로운 과제는?

방어와 전갱이의 동해 대량 어획은 단순히 어종 구성이 바뀐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기후 변화가 실제 어업 현장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어획 대상이 달라지면 어구, 어법, 유통, 소비 패턴까지 모두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기존 동해 토착 어종들의 감소와 생태계 교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한류성 어종 감소가 이어진다면 오징어나 명태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어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산업계와 지자체는 난류성 어종을 새로운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되, 동시에 어종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어종이 이제는 동해의 주력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어와 전갱이의 급증은 단순한 어획량 증가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뚜렷한 신호다. 어업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도전에 맞서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동해에서 뜻밖의 수산물로 자리잡은 방어와 전갱이의 등장은 한국 수산업 지형도를 바꿀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이제 동해는 더 이상 한류성 어종만의 바다가 아니다. 난류성 어종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어장의 미래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유튜브, 충청도 낚시꾼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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