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세금 안 낸 관세 체납자 122명…1조 원 이상 떼먹고도 '버티기'

2025-09-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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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상습 체납자 224명 중 절반이 10년 이상 체납
제도 도입 20년, 실효성은 ‘의문’…자진 납부 유도는 매년 수십억에 그쳐

10년 넘게 세금 안 낸 관세 체납자 122명. 조승래 의원 / 의원실 제공
10년 넘게 세금 안 낸 관세 체납자 122명. 조승래 의원 / 의원실 제공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는 고액 관세 체납자들이 수년째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 자산을 숨기고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악성 체납자가 관세청이 공개한 명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고액·상습 관세 체납자 명단에 오른 인원은 224명, 총 체납액은 1조 2,671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2명(54%)은 10년 이상 세금을 내지 않고 버텨온 장기체납자다. 특히 10년 이상~15년 미만 체납자 74명의 체납액만 1조 174억 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명단에는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참깨왕' 장 모 씨도 포함됐다. 그는 4,483억 원을 체납 중이며, 지난 2020년 당국이 23억 원을 압류한 이후에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나머지를 내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고액 체납자에 대해 감치 집행까지 이뤄지고 있으나, 제도의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감치 집행은 단 한 건뿐이며, 매년 자진 납부로 이어지는 사례는 수십 건, 수십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명단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장기·악성 체납은 줄지 않았다”며 “자산 은닉에 대한 실질적 추적과 감치 등 제재의 실효적 집행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청은 출국금지, 신용정보 제공 등의 기존 수단 외에도 체납재산 환수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관세법」에 따라 관세와 내국세를 2억 원 이상, 1년 이상 체납한 경우 고액·상습체납자로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최근 2년간 체납액의 50% 이상을 납부한 경우에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약 12,671억 원에 달하는 체납액이 누적됐지만, 징수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2024년 기준 징수된 체납액은 단 3.8억 원에 불과했다. 체납자 다수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사실상 ‘법 위의 치외법권’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장기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감치 집행과 재산 압류를 확대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위해선 단속의 강도와 범위를 크게 넓혀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년 가까이 시행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공개 제도는 현재까지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 공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산 추적과 강제 징수 등 실질적 제재 수단을 대폭 강화해야만 악성 체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세금은 국민의 의무다. 공정한 조세 정의를 위해 더는 ‘버티면 이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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