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국회 출동했던 일부 군인들 "회식하면서 소주 1병 이상 마신 상태였다"

2025-09-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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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질서를 위협한 음주 계엄군의 실체

지난해 12월 3일 국군 방첩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로 국회 출동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당시 계엄 선포 직후 군이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의 성격과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25일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20차 공판에는 방첩사 대공수사단 소속 최 모 소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계엄이 발효된 당일 저녁, 새로 부임한 대공수사과장 등 동료들과 함께 부대 인근 식당에서 회식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 소령은 “꽤 많이 마셨다. 소주 한 병 이상은 기본이었다”며 “근무도 없고 계엄도 아직 아니라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그러나 회식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 소령은 밤 9시쯤 자리를 파하고 관사로 돌아갔지만, 불과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 39분 비상소집 문자를 받고 다시 부대에 복귀해야 했다. 그는 밤 11시 22분께 방첩사에 도착해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대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국회로 출동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법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다들 술 냄새가 났다”고 회고했다. 사실상 만취 상태의 군인들이 중대한 정치적 목적을 띤 작전에 투입됐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법정에는 또 다른 방첩사 소속 최 모 소령도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같은 회식 자리에 있었으며 “소주 2~3병을 마셨다. 주량도 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소집 이후 복귀했을 때 다수 수사관이 음주 상태라 상황 판단이 어려웠던 게 사실 아니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는 국회 출동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은 계엄 하에서 군이 법적·윤리적 기준을 넘어선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특히 정치인 체포라는 초유의 명령이 음주 상태의 장교들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군 지휘 체계의 부실함과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사례로 해석된다. 군 내부 규정상 비상 소집 시 음주는 엄격히 금지돼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법조계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증언을 두고 “당시 계엄 작전의 준비 상태와 정당성을 심각하게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계엄군의 정치적 개입 자체가 논란인데, 그마저도 술에 취한 상태로 실행됐다면 이는 명백한 군 기강 해이이자 헌정 질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공판에서는 피고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출석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내란 혐의로 재구속된 이후 건강 문제를 이유로 11차례 연속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20차 공판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사건의 성격상 피고인의 직접 진술이 필요하다”며 강제 구인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재판부는 추후 심리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2월 3일 회식과 국회 출동 논란은 ‘12·3 비상계엄’ 사건의 구체적 실체를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방첩사는 주요 정치인 체포, 언론 통제, 시위 진압 등 계엄 작전을 실행하는 핵심 조직으로 꼽혔다. 그러나 증언에 따르면 준비 과정에서부터 부대원들이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작전에 투입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군이 법적 정당성을 잃은 채 움직였음을 방증한다.

이번 공판에서 드러난 증언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군의 비상 상황 대응 능력과 지휘 체계, 나아가 계엄 선포 자체의 합법성까지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향후 추가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더 면밀히 따질 계획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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