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좀처럼 보기 힘든데…울산 앞바다서 한꺼번에 포착된 '희귀 조류'

2025-09-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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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류샨제비갈매기·뿔쇠오리 등 희귀종 확인
국제보호종까지 동반한 대규모 이동

울산 앞바다에서 수만 마리 철새가 한꺼번에 포착됐다.

슴새 /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슴새 /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겨울이 가까워지면 북쪽에서 여름을 보내고 번식을 마친 철새들이 일제히 남쪽을 향해 이동한다. 알래스카와 캄차카를 비롯한 북태평양 연안에서 번식한 새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날아가며 그 과정에서 일정한 경로와 휴식지를 거친다. 한국의 동해와 남해 해역도 오래전부터 이들의 이동 통로로 알려져 있어 매년 가을과 겨울이면 다양한 종이 우리 바다를 스쳐 지나간다.

다만 이동의 대부분이 먼바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찰 기회는 흔치 않고 포착되더라도 짧은 순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철새 무리가 집단으로 기록되면 단순한 장관을 넘어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가을 울산 앞바다에서는 이런 철새 이동이 확인됐고, 수만 마리의 무리와 함께 보기 힘든 국제 희귀종까지 포착됐다.

붉은발슴새 /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붉은발슴새 /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울산시는 지난 8월 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울산 동구 방어진 앞바다 동쪽 약 20㎞ 해상에서 국제보호종을 포함한 조류 10종 3만 1000여 마리를 관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탐조는 철새 동호회 ‘울산짹짹휴게소’와 울산 새통신원을 비롯한 전국 탐조인 60여 명이 함께 참여해 이뤄졌다. 조사팀은 알래스카 번식 조류가 이동하는 시기를 맞춰 8월에 6회, 9월에 2회 등 총 8회 해상 탐조를 진행하며 종과 개체 수를 기록했다.

관찰 결과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 취약종으로 분류된 알류샨제비갈매기 약 100마리와 뿔쇠오리 50마리가 확인됐다. 준위협종으로 분류된 슴새는 무려 2만 5000마리가 먹이활동과 휴식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붉은발슴새 1마리도 무리에 섞여 이동 중인 장면이 기록됐다. 슴새는 멀리서 보면 갈매기와 비슷하지만 머리에 흰색 바탕과 가는 검은 줄무늬가 있어 구분되고 수면 위를 빠르게 날며 물고기를 낚아챈다. 붉은발슴새는 분홍빛 부리와 다리가 특징으로 매우 드문 나그네새다.

알류샨제비갈매기 /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알류샨제비갈매기 /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전남 신안 등지에서 생태계 교란종인 쇠무릎 확산으로 번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다제비 50마리도 울산 해상을 지나가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외에도 지느러미발도요 3000마리, 북극도둑갈매기 15마리, 긴꼬리도둑갈매기 3마리, 제비갈매기 3000마리가 통과했으며 제비갈매기 무리 속에서는 국내에 드물게 출현하는 붉은발제비갈매기 1마리도 영상에 포착됐다. 붉은발제비갈매기는 붉은 부리와 다리로 다른 개체와 구별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방어진 해상에서 국제보호종 8마리가 확인된 데 이어 연속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울산 앞바다가 알래스카와 캄차카에서 번식한 조류가 이동하는 주요 길목임을 다시 확인한 성과라는 평가다. 울산시는 2021년 태화강과 울산만이 국제 철새 이동 경로로 등재된 이후 이번 관찰이 그 의미를 더해 준다고 설명했다.

홍승민 울산짹짹휴게소 대표는 “울산 방어진 해상이 북태평양 철새의 주요 이동 통로라는 점을 알리고자 매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에는 해상 생태 탐조 관광으로 발전해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기록이 울산이 철새 도래지이자 이동 경로임을 다시 보여준 만큼 앞으로 조류 사파리와 탐조 관광을 활성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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