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전 대통령, 감옥에 갇힌다... 이런 일은 프랑스 역사상 처음

2025-09-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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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5년형 실형... 카다피로부터 불법 자금 받은 혐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댙통령. / BBC 뉴스 영상 캡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댙통령. / BBC 뉴스 영상 캡

파리 형사법원의 선고 공판장에 한 노인이 섰다. 한때 프랑스를 이끌었던 니콜라 사르코지(70) 전 대통령이었다.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은 25일(현지시각) 2007년 대선 당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범죄 공모죄 유죄를 인정하며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카다피로부터 직접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핵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파리 형사법원은 "2006년 리비아에서 프랑스에 자금이 유입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밀 계좌 등을 통해 자금이 이동해 결과적으로 이 돈이 2007년 사르코지 캠프의 선거 운동에 쓰였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당시 정당 대표로 있으면서 자신의 측근과 지지자들이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당국에 접근하는 것을 방치했다고 판단해 범죄 공모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나탈리 가바리노 재판장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행위가 "시민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징역 5년 형과 벌금 10만 유로(약 1억6000만원),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징역 5년을 '유예된 효과'의 실형으로 선고했으며, 구금 영장은 추후 집행하도록 했다. 재판장은 사르코지가 검찰의 수감 통보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신변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1개월 이내에 검찰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소환해 수감 일자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피고인 12명 중 7명도 각각 징역 1년 6개월부터 6년까지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던 시기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2006년 12월 10일자 리비아 대외정보국장 무사 쿠사의 메모를 공개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 메모에는 2006년 10월 6일 리비아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측근과 프랑스-리비아 중개인 지아드 타키에딘, 리비아 정보기관 관계자 등이 회의한 후 5천만 유로의 선거자금 조달이 승인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2005년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카다피와 '부패 협약'을 맺고, 리비아 정권이 그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불법 정치 자금 5천만 유로(약 700억원)를 지원하는 대가로 산업·외교적 혜택을 약속한 것으로 의심했다. 카다피는 2011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는데도 자기 정권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프랑스 검찰은 언론 보도 뒤인 2013년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10년간의 수사를 통해 돈 전달에 직접 관여했다는 중개인 타키에딘을 비롯해 리비아 정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증언 등이 나왔다. 검찰은 카다피 정권의 돈이 바하마,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을 통해 현금이나 비밀 계좌 등의 통로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물증 확보가 어려워 최종 얼마가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흘러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선고는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었다. 검찰은 지난 3월 징역 7년과 벌금 30만 유로를 구형한 바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는 "법치주의에 극히 중대한 사건으로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내가 감옥에서 자길 원한다면 감옥에서 잘 것이다. 하지만 고개는 높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증오하는 이들은 나를 모욕하려 하는데, 그들이 오늘 모욕한 건 프랑스"라며 "그리고 누군가 프랑스 국민을 배신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여러분이 방금 목격한 이 믿기 어려운 부당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복수심도, 증오도 없지만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완전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프랑스 최고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패 및 영향력 행사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하며 1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이는 프랑스 전직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이었다. 또한 지난해 항소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캠페인과 관련된 불법 캠페인 자금 조달에 대한 별도의 유죄 판결도 확정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리비아 측에서 일절 돈을 받은 게 없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그의 변호인단은 항소 과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복잡한 사생활로도 유명하다. 총 세 번 결혼했다. 그 과정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재결합하는 등의 파란을 겪었다. 세 번째 부인은 유명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다. 두 번째 부인과 이혼 한 달여 만에 브루니와 데이트하는 면이 처음 목격되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브루니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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