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서도 키울 수 있었어?... 깊은 산속 연못에 '최고급 물고기'가 바글바글

2025-09-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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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노지에서 키워 자연산에 가깝다는 물고기의 정체

노지 장어를 수확하는 모습.      / '여수MBCPrime' 유튜브
노지 장어를 수확하는 모습. / '여수MBCPrime' 유튜브

전남 광양시 봉강면의 깊은 산속. 물이 빠져가는 연못에 꿈틀거리는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이 물고기들의 정체는 바로 뱀장어. 일반적인 실내 양식장과는 전혀 다른 자연환경에서 키우는 노지 뱀장어 농장이 여수MBC '어바웃 우리동네'를 통해 최근 소개됐다.

봉강면에서 황토 노지 장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경래 대표는 8년째 산속에서 장어를 키우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은 좁은 수조 대신 황토가 깔린 넓은 노지에서 3년 이상 천천히 자연의 속도에 맞춰 장어를 키우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에서 주 대표는 "5년 동안 노지에서 키운 뱀장어를 수확하려 하고 있다. 마릿수로 하면 1만2000마리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물이 빠져야 장어를 잡을 수 있어서 물을 다 빼는 작업이 상당히 힘들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수질 변화로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노지 양식. 그만큼 힘든 길이기에 처음엔 아내도 반대했다.

꿈틀거리는 것들이 모두 뱀장어다. / '여수MBCPrime' 유튜브
꿈틀거리는 것들이 모두 뱀장어다. / '여수MBCPrime' 유튜브

주 대표는 2011년 부모가 물려준 땅에 양어장을 조성했다. 교사와 학원 강사로 활동하던 그가 고향에 정착하며 내수면양식업에 뛰어든 것은 정년이 없는 1차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 처가가 금붕어 판매업을 하는 것도 내수면양식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주 대표 양어장에서는 장어를 수조가 아닌 노지에서 키운다. 수조에서 키우는 장어의 경우 치어 출하까지 10개월 정도 걸리지만, 노지에서 키울 경우 최소 2년 정도가 소요된다. 당연하지만 노지에서 키우는 장어가 훨씬 자연산에 가깝다.

햇빛과 바람, 비를 그대로 맞으며 자란 노지 민물장어는 일반 장어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건져낸 장어들은 지하수에서 4일간 비린내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화 과정을 거친다.

"자연 속에서 키우니까 일반 장어하고는 많이 다르다.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하기 때문에 힘도 굉장히 좋다"고 주 대표는 설명한다.

장어 양식의 성패는 치어 때부터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주 대표는 "물, 온도, 산소, 사료 이렇게 크게 네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물은 계속 깨끗하게 해줘야 한다. 물 온도는 28도일 때가 제일 잘 크더라. 그래서 최대한 28도에 맞춰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람하고 자연하고 똑같다. 어렸을 때 건강하면 건강한 사람이 되고 몸도 크지 않나. 그래서 치어 때는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장어 양식에서는 개체수와 크기, 성장 속도에 맞춰 먹이 양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또한 빛과 온도에 민감한 장어를 위해 늘 최적의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주 대표는 실내 장어 양식을 할 때 사료를 너무 많이 주거나 물 순환이 제대로 안 돼 수조 속 장어가 일주일에 한 칸씩 폐사한 적도 있다면서 아내와 함께 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란 노지 장어는 두툼하고 탄탄한 살 덕분에 씹는 맛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주 대표는 "수조에서 키우는 장어보다 노지, 특히 황토 노지에서 키운 것일수록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건강하게 기른 장어는 가공실로 옮겨져 손질과 포장 과정을 거친다. 작은 포장 하나까지도 직접 살피며 모든 과정을 손수 챙기는 주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날 손질하고 포장해 그날 택배로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인 딸 현영 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히 찾아와 아버지 곁을 지켜주고 있다. 현영 씨는 "방학이나 주말 때마다 내려와서 도와드리고 있는데 그때 보면 너무 힘들어 보이시더라. 종종 내려와서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뱀장어는 독특한 생활사를 갖고 있다. 바다에서 산란하고 민물에서 성장한 후 다시 바다로 돌아가 산란하는 회유성 어류다.

영양학적으로 장어는 비타민A가 풍부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여름철 기력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를 다량 함유해 뇌 건강과 심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노지에서 키우는 뱀장어. / '여수MBCPrime'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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