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더 더 센 상법' 추진 속도 채비... 기업들 "경영권 침해받을라" 우려

2025-09-2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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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에 이견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타종 행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타종 행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없애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의 처리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이른바 '더 더 센 상법'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인 뒤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기업에 경영상 책임을 줄여주는 다른 법안도 함께 추진해 기업들의 반발을 줄이려 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민주당의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28일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올해 정기국회 안에 최대한 빨리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이후에 새로 사들이는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없애고, 직원 보상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 목적에 맞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상법 개정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란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총발행 주식 수가 영구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여주는 가장 확실한 주주환원 정책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총 개수가 줄어들면, 남은 주식 하나하나의 가치가 더 올라가게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없애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 개선책이라고 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주식이 다른 나라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기업 중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고작 11%에 불과하다는 통계와 2022년 말 기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67% 이상인 반면, 2022년 자기주식의 소각은 54건으로 전체 상장기업 중 2.2%만 소각했다는 자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회사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또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가 없어진 이후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잘못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민주당이 3차 상법 개정에 나서는 이유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에서 3차 상법 개정 추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개정을 두고 "예컨대 세금 제도를 개혁해 더 많은 배당이 이뤄지게 하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등 이기적 행위를 남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내용 (등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러 의원이 자사주 소각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원칙적으로 자사주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보유를 허용한다.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고, 예외적 사유로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되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병덕 의원 역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고, 취득 시 자사주가 전체 주식의 3% 미만인 경우는 소각 기한을 2년으로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현정 의원도 자사주 소각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특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신규 자사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기존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라며 "다만 너무 한꺼번에 소각해버리면 기업 자본금이 확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서,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주거나 그런 부분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법안 유예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계기로 자칫 경영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법 시행 전까지는 '매각'이 가능하지만 시행 후에는 '소각'만 가능하다. 이에 자사주를 다량 보유한 기업 일부가 시장에 자사주를 내놓거나 '백기사(우호 세력)' 등에 매물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3차 상법 개정 추진과 별개로 올해 국정감사에 대기업 총수 소집을 최소화하고, 재계의 숙원 사안인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며 '기업 달래기'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야당 시절과 달리 집권 여당이 된 지금은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배임죄란 회사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을 때 받는 처벌을 말하는데, 기업들은 이 처벌이 너무 무겁다며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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