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움직일 수 없는데 의식은 그대로 유지되는 고통스런 병
2025-09-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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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살아있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삶
루게릭병은 정식 명칭으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라고 불린다.
뇌와 척수에서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위축되는 희귀 신경질환이다. 초기에 손이나 발의 근육이 약해져 젓가락질이나 단추 채우기 같은 간단한 동작이 힘들어지고, 점차 팔과 다리, 호흡근까지 영향을 미친다. 환자는 몸은 점점 움직일 수 없게 되지만, 의식이나 감각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야구선수 루 게릭이 이 병으로 투병하다 은퇴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 원인과 위험 요인
루게릭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환자에게는 유전적 요인이 확인되며, 환경적 요인과 산화 스트레스, 단백질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40~60대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드물게 젊은 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농약 노출, 심한 외상 등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루게릭병의 초기 증상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다. 가벼운 근육 경련이나 힘 빠짐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걸음걸이가 어색해지고, 발음이 분명하지 않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근육이 점점 위축되면서 팔, 다리 힘이 약해지고 결국 호흡근까지 침범하면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는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발병 후 수년 내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 진단과 치료 방법
루게릭병은 특별한 단일 검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경전도 검사, 근전도 검사, MRI, 혈액검사 등을 통해 다른 질환을 배제하면서 진단한다.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 진행을 늦추는 약물이 개발돼 있다. 대표적으로 리루졸은 신경 손상을 줄여 생존 기간을 조금 연장하는 효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에다라본이라는 약물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물리치료, 언어치료, 영양 관리, 호흡 재활 등 다학제적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 생활 관리와 가족의 역할
루게릭병 환자는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지면 부드럽게 조리한 음식이나 영양 보충 음료가 필요하다. 호흡 곤란이 심해지면 기계적 호흡 보조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눈의 움직임이나 음성 합성 장치를 이용해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보조 기기가 보급되고 있다. 환자가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적 안정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된다.
루게릭병은 난치성 질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새로운 신경 보호 물질 등이 개발 단계에 있으며, 일부는 임상 시험 중이다. 또한 환자와 가족을 돕기 위한 사회적 지원 제도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과거에 비해 치료 환경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