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오늘부터 사상 초유 '민원 대란' 불가피
2025-09-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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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폭주 시작될 듯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일선 구청과 읍면동 주민센터 등 민원 현장이 문을 여는 29일부터 '민원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6일 오후 8시 15분쯤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의 무정전 전원장치(UPS실) 리튬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10시간이 넘는 밤샘 진화 작업을 거쳐서야 진압됐다. 진화 과정에서 데이터 장비 보호를 위해 물 대신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사용됐다.
이번 화재로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됐다. 이 가운데 96개는 화재로 직접 피해를 본 시스템이며, 나머지 551개는 전산실 항온·항습기가 꺼지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시스템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오전 11시 25분 국정자원 대전 본원 내 네트워크와 보안장비 가동을 시작했다. 화재가 일어난 5층 전산실을 제외하고 2~4층 전산실 시스템을 순차가동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에 필수적인 항온·항습기는 그보다 앞선 전날 새벽 5시 30분 복구를 완료해 정상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551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정상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전소된 96개 시스템은 국정자원 대구센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존으로 이전해야 해 복구까지 최소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신문고, 국가법령정보센터, 공무원 내부업무망인 온나라시스템 등 주요 서비스가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전소된 서비스는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것보다 대구센터로 옮겨 새로 설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자원 풀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완전 복구까지 약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복구된 서비스는 모바일신분증, 보건의료빅데이터 시스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우체국 금융서비스(인터넷·스마트 예금, 금융상품몰, 인터넷·스마트 보험), 노인맞춤형돌봄·취약노인지원시스템 등 30개에 불과하다. 복구율은 전체의 4.6%에 그친다.
복구는 국민안전, 국민 재산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최우선으로 하고, 시스템 중요도 등 등급제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대전경찰청은 전날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에서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에 나서며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무정전전원장치(UPS) 이전 작업이 비전문업체와 아르바이트생까지 투입된 환경에서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배터리 교체 권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구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현장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차 신청·지급이 진행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온라인 신청·지급·사용은 가능하지만, 국민신문고가 중단돼 이의신청은 주민센터 방문이 필요하다.
전국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도 접속이 제한돼 개별 화장장에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직접 신청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도 중단돼 개인정보 침해·유출 신고를 이메일로 받고 있다.
정부24와 무인민원발급기 등 국민 이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 조달청 나라장터 등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행안부는 국정자원 화재로 발생할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모든 지방세 신고와 납부 기한을 다음 달 15일까지로 연장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각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본부장으로 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난 27일 오후 6시부터 가동했다. 부산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전날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시청 실·국·본부장과 16개 구·군 부단체장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번 사태는 '행정안전부 공공정보시스템 SLA 표준'에 따른 1등급 시스템 복구시한 2시간과 2등급 시스템 복구시한 3시간을 모두 크게 초과했다. 정부는 그동안 "장애 3시간 이내 복구"를 공언해 왔으나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안부 장관)은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업무 연속성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