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4만원이었는데 올해는 40만원... 이 정도로 오를 줄은 몰랐다

2025-09-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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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못할 판” 난리 난 식재료

추석 명절을 앞둔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추석 명절을 앞둔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추석을 앞둔 떡집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밀려드는 주문에 웃음꽃이 피어야 하지만 쌀값이 급등한 까닭에 한숨이 들리고 있다. 특히 찹쌀 가격이 지난해와 견줘 60% 이상 치솟으면서 송편, 인절미 등 추석 대표 떡류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찹쌀 가격이 한 가마(80㎏) 기준으로 지난해 24만원에서 올해 40만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멥쌀도 가마니당 10만원 정도 오른 상황이다. 떡집 업주들은 쌀값 상승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아예 가격표를 보지 않으려 한다. 멥쌀로는 백설기, 가래떡, 꿀떡, 송편 등을 만들고, 찹쌀로는 인절미, 약밥 등을 제조하는데, 원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떡 가격 인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떡집이 수익 감소를 감수하며 현재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찹쌀 / 뉴스1 자료사진
찹쌀 / 뉴스1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수확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6만t(톤) 규모의 시장격리를 실시한 영향으로 올해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쌀값이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찹쌀은 지난 26일 기준 평균 소매가격이 1㎏당 6412원으로 지난해보다 61.1% 상승했다. 멥쌀 소매가격은 20㎏당 6만6061원으로 지난해 대비 29.6% 비싸다.

멥쌀 20㎏ 가격도 지난해 4만7000원에서 5만원 수준에서 올해 6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떡은 동네 장사 특성상 소비자들이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500원만 올려도 부담스러워한다. 이 때문에 떡집들이 가격 인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면서 마진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명절 장사도 코로나19 이후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추석에 대가족이 모여 떡을 한 말(10㎏), 두말씩 주문했지만, 이제는 가족 모임이 줄어들고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면서 1㎏, 2㎏ 소량 구매가 대부분이다. 명절 대목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송편 / 뉴스1 자료사진
송편 / 뉴스1 자료사진

일부 떡집에서는 가격 인상에 나섰다. 송편 500g을 9000원에 판매하며 20% 가량 올린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 가격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곳도 있다. 쌀값과 함께 엿기름 가격도 올라 식혜를 500원 인상한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전통 떡 문화의 핵심 재료인 찹쌀은 멥쌀과는 다른 특별한 곡물이다. 찹쌀은 멥쌀과 달리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아 끈적끈적한 성질을 갖는다. 멥쌀의 전분은 아밀로스 20%, 아밀로펙틴 80%로 구성되는 데 반해 찹쌀은 아밀로펙틴이 거의 100%에 가깝게 함유돼 독특한 찰기를 낸다.

찹쌀의 재배 역사는 한국에서 약 200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추정된다. 삼국시대부터 궁중과 민간에서 모두 귀중한 곡물로 여겨졌으며, 특히 제사와 명절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재료로 자리잡았다. 조선시대 각종 문헌에는 찹쌀로 만든 떡류와 술이 궁중 연회와 민간 잔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찹쌀의 영양적 특성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 쌀과 비교해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소화가 쉬워 환자나 어린이 식품으로도 활용됐다. 또한 찹쌀에는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의 비타민과 인, 칼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찹쌀의 끈적한 성질을 만드는 아밀로펙틴은 소화 흡수가 빨라 에너지원으로 효율적이다.

현재 한국에서 재배되는 찹쌀 품종은 크게 일반형과 향미형으로 나뉜다. 일반형 찹쌀로는 상주찹쌀, 신동진찹쌀, 보석찹쌀 등이 있으며, 향미형으로는 향남찹쌀, 미향찹쌀 등이 재배된다. 각 품종마다 찰기와 향, 수율이 다르기 때문에 떡집에서는 용도에 따라 다른 품종을 선택해 사용한다.

찹쌀로 만드는 전통 떡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인절미는 찹쌀을 쪄서 절구에 쳐서 만든 후 콩고물을 묻힌 떡이다. 약밥은 찹쌀에 대추, 밤, 잣 등을 넣고 달콤하게 조린 전통 디저트다. 송편의 경우 겉은 멥쌀을 주로 사용하지만 속재료나 반죽에 찹쌀을 넣어 쫄깃한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찹쌀은 떡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 음식의 재료로 활용된다. 찹쌀로 빚은 막걸리나 약주는 일반 쌀로 만든 것보다 단맛이 강하고 부드럽다. 또한 찹쌀가루로 만든 경단, 찹쌀로 속을 채운 닭찜, 찹쌀 순대 등도 우리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찹쌀의 기능성도 재조명받고 있다. 찹쌀에 함유된 감마오리자놀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식이섬유는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찹쌀의 전분은 저항성 전분으로 변화해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찹쌀 재배는 멥쌀에 비해 까다롭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병해충에 약해 수확량이 불안정한 편이다. 또한 저장성도 떨어져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특성들이 찹쌀 가격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전국 찹쌀 생산량은 전체 쌀 생산량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생산지는 경기, 충남, 전남, 경북 지역이다. 특히 상주, 이천, 여주 등지에서 생산되는 찹쌀은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농가 고령화와 재배 면적 감소로 찹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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