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50kg 포악한 야생동물들이 산 전체 사실상 점령... 부산시민 '공포'

2025-09-3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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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 맞아 더 사납다는 이 야생동물

금정산 멧돼지 / JTBC 뉴스
금정산 멧돼지 / JTBC 뉴스

가을 번식기를 맞은 멧돼지들이 부산 외곽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JTBC가 29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멧돼지들이 지하철역을 누비고, 동네 뒷동산을 점령하고, 식당 마당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을 습격해 죽이고 등산객과 주민들을 위협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매체에 따르면 무리를 이룬 멧돼지떼가 숲길을 내달리는 걸 넘어 지하철역과 동네 뒷동산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믿기지 않지만 요즘 부산 외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특히 금정산 일대의 문제가 심각하다. 금정산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들 몫이다. 농장 곳곳을 뒤집어놓는 바람에 한해 농사를 다 망쳤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금정산 멧돼지떼 소식을 전하는 JTBC 뉴스

부산 금정구 주민 김영길 씨는 "(멧돼지들이) 깊은 데는 우리 허리까지 파놨다. 굴착기가 파놓은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움직임을 감지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적외선 감지기를 구석구석 설치해놔도 소용이 없다. 금정산 일대는 사실상 멧돼지들의 놀이터가 됐다.

유진철 범시민 금정산 보존회 회장은 "등산로 옆이라든지, 무덤이라든지, 습지를 멧돼지들이 초토화시켜놨다"고 전했다.

번식기를 맞아 먹이를 찾아다니면서 더 포악해진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떼는 사람들이 머무는 민가, 식당가까지 덮치고 있다.

포획틀로 잡은 금정산 멧돼지. / 연합뉴스
포획틀로 잡은 금정산 멧돼지. / 연합뉴스

밤이면 나타나 마당까지 제집 안방마냥 드나들어 시설을 부수고 있다. 식당주인 손경순 씨는 "오싹하고 이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개가 멧돼지들에게 습격을 당해 죽는 일까지 벌어졌다. 농장주 김동규 씨는 "반려견 내장이 파열돼 죽었다. 신고를 많이 했는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JTBC는 지자체마다 포획단을 운영하지만 성과가 예년만 못하다면서 “부산에서 잡힌 멧돼지는 2023년 803마리에서 지난해 273마리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부산 유해조수포획단 최인봉 단장은 "개를 데리고 못 올라가니까 포획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멧돼지가 사냥개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수년째 사냥개 사용이 금지된 탓이라는 주장인데, 환경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냥개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멧돼지를 못 잡는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민원이 폭주한 건 사실이라며 조만간 포획 트랩과 열화상 드론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멧돼지는 유라시아멧돼지의 아종으로 분류된다. 한반도 전역의 산림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몸길이는 평균 110~150cm, 체중은 50~150kg에 달하며, 수컷이 암컷보다 크고 무겁다. 잡식성 동물로 도토리, 밤 등 견과류와 식물 뿌리, 곤충, 지렁이 등을 먹으며, 농경지의 고구마, 옥수수 등 농작물도 즐겨 먹는다.

부산 금정산서 포획된 멧돼지 /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제공
부산 금정산서 포획된 멧돼지 /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제공

멧돼지의 번식력은 매우 강하다. 암컷은 생후 1년 반이면 번식이 가능하며,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짝짓기를 한 뒤 4개월간 임신 기간을 거쳐 봄에 4~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 같은 폭발적인 번식력으로 인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멧돼지는 본래 야행성이지만 최근 주간에도 활동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특히 가을철 번식기에는 수컷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고 먹이를 찾아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공격성이 높아진다. 암컷 역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천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개체 수는 계속 늘고 있다. 과거 늑대, 호랑이 등이 멧돼지의 천적이었으나 현재 한반도에서는 이들이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겨울철 생존율이 높아지고, 산림 개발로 서식지가 감소하면서 멧돼지들이 인간 거주 지역으로 내려오는 빈도가 증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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