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아닌 포항 앞바다서 헤엄치고 있다는 '생각도 못한 물고기'

2025-09-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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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때문? “나도 이 물고기는 처음 본다”

줄벤자리  / '폭스TV' 유튜브
줄벤자리 / '폭스TV' 유튜브

포항 앞바다가 수상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여러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음에도 뭔가 미심쩍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폭스TV' 유튜브 채널에 29일 올라온 '바다의 변화에 적응 못하는 물고기들... 포항바다 수중 영상'은 9월 말 포항 앞바다의 수중 생태를 담고 있다. 촬영 당시 수온은 22~23도로 평년보다 높은 편이었다. 수온 때문인지 물고기들의 행동 패턴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영상은 수중으로 잠수한 다이버인 유튜버가 물고기 두 마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싸우는 장면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서로 잡아먹는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영역 다툼이었다.

얕은 모래 바닥에서는 10cm 정도 크기의 문치가자미가 발견됐다. 문치가자미는 가자미목 가자미과에 속하는 어류로, 몸이 평평하고 두 눈이 모두 오른쪽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개체였지만 속도가 매우 빨라 다이버가 손으로 잡으려 했지만 순식간에 도망쳤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곳에 전복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방어  / '폭스TV' 유튜브
방어 / '폭스TV' 유튜브

이어서 성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대는 지느러미가 변형된 발을 바닥에 대고 살살 기어다니는 독특한 습성을 가진 물고기다. 날개가 굉장히 아름다운 나비 물고기로도 불린다. 성대는 모래에 묻혀 있는 물고기나 갑각류를 잡아먹으며 생활한다.

다이버는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뒤 계속 이동했다. 붉바리 은신처에선 붉바리가 벌써 한 달가량이나 머물고 있었다. 옆에는 작은 쥐노래미 개체가 있었다. 볼락 굴도 관찰됐다.

이동하는 동안 용치놀래기가 많이 보였다. 굴속에는 볼락들이 숨어 있었고, 범돔과 자리돔도 관찰됐다.

그때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나타났다. 방어떼였다. 멸치 떼나 작은 전갱이류를 쫓아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방어는 전갱이과에 속하는 회유성 어류다. 따뜻한 물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바닥에서는 용치놀래기들이 계속 다이버를 쫓아다녔다. 다이버는 성게를 하나 깼다. 성게를 찍어서 깨자마자 용치놀래기와 돌돔이 마구 몰려들었다. 용치놀래기는 성게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 이동하자 돌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돌돔은 농어목 돌돔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강한 턱과 이빨로 조개나 성게 같은 단단한 먹이를 부수어 먹는다. 어린 개체일수록 노란빛을 띠다가 성장하면서 검은 줄무늬가 선명해진다. 완전히 성어가 되면 수컷의 경우 검은 줄무늬가 사라지고 회색으로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성대  / '폭스TV' 유튜브
성대 / '폭스TV' 유튜브

다이버는 돌돔들이 성게에 반응할지 궁금해 다시 한번 성게를 깼다. 갈고리로 찍어서 성게를 깨주자 큰 개체들도 성게 미끼에 반응해 다가왔다. 용치놀래기들도 미친 듯이 달라붙었다. 돌돔도 가까이 왔다. 다이버는 "아직까지도 수온이 약 22~23도 정도다. 이 정도면 수온이 굉장히 높은 것이다. 수온이 높아서 돌돔들이 먼 바다로 안 나가고 이렇게 얕은 데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달려든 물고기들이 성게를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돌돔 뒤쪽에선 혹돔 새끼도 보였다. 혹돔은 어릴 때는 혹이 없다가 커지면서 점점 혹이 자라나는 특징이 있다.

그때 정면으로 쥐치가 다가왔다. 쥐치는 쥐치목 쥐치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특히 간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쥐치 간은 홍어 간, 아귀 간과 함께 3대 생선 간으로 꼽힌다. 촬영된 쥐치는 간이 완전히 퉁퉁 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배 부분이 완전히 볼록했다. 크기도 아주 준수했다.

용치놀래기 / '폭스TV' 유튜브
용치놀래기 / '폭스TV' 유튜브

물 밖으로 나온 다이버는 자신이 찍은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에 줄무늬가 있는 물고기들이 나타났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니 줄벤자리였다. 벤자리와는 조금 달랐다. 유튜버는 "줄벤자리는 처음 본다. 포항 앞바다에도 이렇게 줄벤자리들이 있었다. 수온 등 바다 환경이 바뀐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줄벤자리는 일반적으로 제주도와 남해 등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난류성 어종이다. 이런 어종이 포항 앞바다, 즉 동해안에서 관찰됐다는 것은 그만큼 동해안의 수온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9월 말임에도 22~23도의 높은 수온이 유지됐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이는 비단 줄벤자리에 국한된 현상이 아닐 수 있다. 따뜻한 바다에 사는 다른 어종들도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포항 앞바다에 평소 자주 보이던 감성돔과 농어 같은 어종이 사라지고 줄벤자리 같은 난류성 어종이 나타난 것은 기존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이버는 "오늘은 방어와 줄벤자리를 비롯해 신기한 물고기들도 보인다. 반면 감성돔하고 농어 같은 애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자주 보이던 감성돔과 농어가 전혀 관찰되지 않은 반면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줄벤자리가 대거 출현하는 등 바다 환경 변화의 징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9월 말임에도 22~23도의 높은 수온이 유지되면서 물고기들의 서식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폭스TV' 유튜브 채널에 29일 올라온 '바다의 변화에 적응 못하는 물고기들... 포항바다 수중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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